곶자왈이야기

곶자왈이란?

곶자왈을 지켜요! 마지막 생명의 보고입니다.

곶자왈이란?

제주어사전(제주도, 1995)에 있는 곶자왈과 관련된 제주어를 살펴보면 ▲수풀이 우거진 곳-고지 ▲수풀이 우거진 들-골밧 ▲산 밑에 숲이 우거진 곳-곶 ▲산속의 숲으로 덮인 곳-곶산 ▲나무와 덩굴 따위가 엉클어진 곳-숨벌 혹은 섬벌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자왈 또는 자월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곶자왈 등이 있다.

이처럼 한라산 밑에 수풀이 우거진 곳,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진 곳 등을 일컬어 ‘곶, 고지, 골밧, 자왈, 자월, 숨벌, 섬벌’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 모두 숲을 뜻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서로 다른 의미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곶’은 ‘숲’으로, ‘자왈’은 ‘덤불’로 쓰여 뜻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으나, 곶자왈은 언제부터 곶이나 자왈처럼 독립된 단어로 쓰였는지 명확하지 않다. 곶자왈이란 단어를 볼 수 있는 공식적인 기록은 제주어사전(1995)이다. 하지만 제주어사전은 ▲곶자왈을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곶자왈과 자왈을 모두 같은 의미로 정의로 하고 있다. 곶자왈이 곶과 자왈의 합성어라면 숲과 덤불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는 말로 쓰는 것이 옳을 듯하나, 제주어사전은 자왈과 같은 의미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우리가 사용하는 곶자왈 의미는 어떨까? 최근의 연구 결과나 정의를 볼 때 곶자왈은 곶이나 자왈처럼 숲이나 덤불이라는 식생의 의미만을 담는 말이 아닌 지질과 지형적 특성까지 포함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도중산간종합보고서(1997)’는 곶자왈을 “중산간지대에 있는 투수성이 좋은 용암류지대”로 정의하고 그 분포도를 제시하고 있다. 고 송시태 박사의 ‘제주도 암괴상 아아용암류의 분포 및 암질에 관한 연구(2000)’에서는 “곶자왈을 형성하는 암괴상 아아용암류를 곶자왈용암류”라고 이름을 지었다. 두 연구 모두 곶자왈을 지질 특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렇듯 지질적 요소를 포함해 곶자왈을 정의하면 “크고 작은 암괴상 용암류 위에 형성된 숲이나 덤불 지대”라는 독립적 의미로 볼 수 있다.

곶자왈이란 단어가 널리 알려지고 두루 쓰이게 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곶자왈에 골프장과 관광시설 개발이 잇따르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관심이 높아졌다. 곶자왈이란 말이 대중적으로 통용된 사례가 적고, 그 시기가 짧다 보니 곶자왈의 뜻에 관한 논란은 아직도 남아있으나, 곶자왈이 대중적인 언어로 자리 잡으면서 그 정의도 정립되고 있다.

2014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는 “곶자왈이란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에 내려진 정의를 볼 때 곶자왈은 숲이나 덤불을 포함하는 식생지대이며,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낸 크고 작은 암괴지대로 생태적 의미와 지질적 의미를 함께 내포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곶자왈의 어원과 정의를 둘러싼 논란은 있지만 이제 곶자왈은 생명력을 얻은 언어로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외에 알려져 제주만이 갖는 화산용암 식생지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제주어가 됐다.

곶자왈의 형성과 분포 현황
1만 년의 숲 곶자왈

제주도의 화산활동은 180만 년 전에 시작해 4단계로 구분된다. 제1기는 바다 밑에서 기저 현무암을 만든 시기이며, 제2기는 약 80만 년에서 40만 년 전 사이의 용암대지 형성기이고, 제3기는 약 30만 년에서 20만 년 전 사이의 한라산 형성기, 제4기는 약 12만 년에서 5천 년 전 사이의 오름과 곶자왈을 만든 시기다. (송시태 등, 2007)

곶자왈은 제주도의 화산활동 맨 마지막 4단계에 형성된다. 조천 곶자왈은 1만 1천 년 이내, 애월 곶자왈은 1만 4백 년 이내, 교래 곶자왈은 8천 년 이내, 한경 곶자왈은 6천 년 이내, 안덕곶자왈을 5천 년 이내의 매우 젊은 용암류로 이루어져 있다. (안웅산과 최형순, 2016)

곶자왈을 형성한 용암류는 10개로 구분되며, 용암의 원류는 10개의 오름이다. 도너리오름, 병악, 노꼬메오름, 거문오름, 봉개 민오름, 돔배오름, 동거문이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백약이오름이다. (송시태, 2000)

한라산과 해안을 잇는 곶자왈

곶자왈은 제주도의 동‧서부지역의 중산간 일원 오름군에서 해안까지 부채꼴 형태나 선형으로 분포한다. 표고 20m에서 800m에 이르는 지역에 위치하며, 애월 곶자왈지대 노꼬메오름 가까이에 있는 곶자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600m 이하에 분포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자연환경 보전과 합리적인 토지 관리를 목적으로 지하수자원, 생태계, 경관, 토지 이용 상황, 토양, 지질 등의 자료를 망라한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중산간 지역 종합조사(1997)」를 실시하고, 이에 근거 투수성 지질구조에 따라 곶자왈의 분포 현황을 제시했다. 곶자왈의 총면적은 109.86㎢로 제주도 면적의 6.1%다.

송시태(2000)_곶자왈분포도

송시태 박사는 「제주도 암괴상 아아용암류의 분포 및 암질에 관한 연구(2000)」에서 곶자왈을 지역에 따라 4개의 지대인 한경-안덕 곶자왈지대, 애월 곶자왈지대,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구좌-성산 곶자왈지대로 나누고 이를 다시 10개의 곶자왈 용암류로 구분한 분포도를 제시했다. 제주도의 투수성 지질구조 곶자왈 분포와는 달리 ‘암괴상용암류’ 분포지가 아닌 곳은 곶자왈 분포에서 제외했다.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2012)_곶자왈분포도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의 환경부 용역 과제로 실시한 「곶자왈 보전 및 현명한 이용 대책 마련 연구(2012년)」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시한 투수성 지질구조 곶자왈 분포에서 토양 퇴적층 지역과 누락된 곶자왈 지역을 반영해 새로운 분포 현황을 제시했다. 곶자왈의 총면적은 92.56㎢로 제주도 면적의 5.0%다.

마지막으로 2022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 방안 수립」 용역에 의한 곶자왈 분포 현황은 총면적 95.1㎢로 제주도 면적의 5.1%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곶자왈 경계 설정 기준을 ‘화산 분화구에서 발원해 연장성을 가진 암괴우세 용암류와 이를 포함한 동일 기원의 용암류 유역’으로 설정하고, 7개의 곶자왈지대로 구분한 분포도를 제시했다.

기존의 분포와 비교 시 동복‧김녕 등 구좌읍 지역이 추가로 곶자왈 지역에 반영됐지만, 다랑쉬 오름 곶자왈(세화곶자왈), 애월 곶자왈의 금산공원 등 곶자왈로 인식돼 오던 곳이 제외됐다. 그리고 경계 설정 기준에 따라 추가로 포함돼야 할 지역이 누락돼 있다.

곶자왈을 어떻게 정의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곶자왈 분포에 차이를 보인다. 곶자왈에 대한 관심과 함께 보전의 필요성이 높아가는 만큼 곶자왈 분포에 대한 조사와 정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세운 경계 설정 기준 적용이 일관적이지 않거나 조사의 미흡으로 반영되지 않는 곳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른 연구에서 곶자왈에 포함되거나 사회적으로 곶자왈이라 인식돼 오던 곳 또한 곶자왈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해서도 안 된다.

곶자왈을 만든 두 개의 용암

화산활동에서 분출하는 용암은 성분과 온도에 따라 다른 성질을 보이는데 화산학에서는 화산 용암류를 하와이 원주민들이 부르던 말을 따라 아아용암(Aa lava)과 파호이호이용암(Pahoehoe lava)으로 구분한다.

아아용암(Aa lava)

아아(Aa)라는 용어는 하와이 원주민 방언에서 유래된 말로 거친 돌 투성이 용암이다. 점성이 높아 천천히 흐르고 파호이호이용암에 비해 유동 거리가 짧다. 굳어가는 표면과 달리 내부는 계속 흐르면서 상부 표면이 깨진 암석 덩어리, 즉 클린커가 발달하는 특징을 보인다. 용암구나 부가 용암구도 아아용암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아아용암은 파호이호이용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꺼운 용암층을 이루며 요철 지형 등을 만들기도 한다.

아아용암은 대체로 흐르는 속도가 느리고 멀리 흘러가지 못한 채 울퉁불퉁한 굴곡 지형을 만들다가 거칠게 쪼개지며 굳는다. 클린커층이 발달하기 때문에 아아용암이 형성된 지형은 하천이 발달하지 않고 빗물도 대부분 지하로 쉽게 들어간다.

파호이호이용암(Pahoehoe lava)

파호이호이(Pahoehoe)라는 용어 역시 하와이 원주민의 방언으로서 “매우 잔인한"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파호이호이용암은 점성이 낮아 지표를 따라 빠르게 흐르며 넓고 평평하게 굳는 용암류다. 파호이호이용암이 흐른 후 만들어진 평평하고 넓게 펼쳐진 용암지대를 제주에서는 ‘빌레’라고 부르는데, 제주시 구좌읍과 한경면 등 제주도 동·서부 바닷가에 있는 넓고 평평한 암반지대가 대표적이다. 파호이호이용암은 만장굴이나 빌레못동굴과 같은 용암동굴을 만들 뿐만 아니라 압력돔, 함몰지, 용암도랑, 습지 등이 발달한 지형을 만든다. 그리고 용암이 조밀한 형태로 굳기 때문에 비가 내려도 잘 스며들지 않고, 지표를 따라 물이 흐르면서 하천을 형성하기도 한다. 파호이호이용암은 여러 차례 흐르는 과정에서 수 미터 두께로 겹겹이 쌓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파호이호이용암이 흐른 곶자왈 지역에 암괴상이 발달한 것은 파호이호이용암이 흐르다가 장애물을 만나거나 채 굳지 않은 상태에서 용암류가 밀려들 때 발생하는 압력으로 인해 깨지거나, 용암이 식어갈 때 수축하면서 생긴 틈으로 나무가 뿌리를 내리거나 기온 변화로 인한 동결 파쇄 등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