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문
곶자왈 선언문
돌 밭 위에 뿌리내린 숲. 자연림과 가시덤불 숲 때문에 농경지로는 쓸 수 없었던 땅. 곶자왈지대는 그러나 버려진 땅이 아니 다.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생명의 텃밭이자, 제주의 허파다. 제주생태계의 최후의 버팀목이다. 우리나라가, 제주가 가진 천혜의 자원이다.
우리가 곶자왈 지대를 주목하는 것은 환경부 보호종 천량금을 비롯해 우리나라 양치식물의 80%가 곶자왈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곶자왈은 또 한겨울에도 상록활엽수림이 푸르고 울창하다. 극상의 활엽수림지대가 널리 분포됨으로써 생태적 천이연구에 있어 국내 유일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제주가 섬이지만 물이 부족하지 않은 것은 곶자왈 지질의 특성상 다른 토양과 달리 빗물의 80%를 숨골을 통해 지하 수로 침투시켜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곶자왈 지대는 그러나 지금 개발바람에 시달리고 있다. 숲을 허물고 골프장과 채석장, 심지어 혐오시설인 쓰레기 매립장까지 들어서고 있다. 주변 환경이 크게 훼손되면서 고립된 환경 섬으로 남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자연생태계의 상생과 순환의 원 리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은 협력관계여야 하지만 인간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과 자연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크게 보면 개발은 보존만큼 중요하다. 환경을 보존하는 개발은 또 하나의 보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므로 후손의 몫으로 돌려져야 한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짧은 시간에 가능하나, 그 회복은 장구한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주의 미래를 곶자왈 지대에서 찾고자 한다.
우리는 제주의 곶자왈이, 곶자왈을 품어 온 제주가 평화와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친환경적 공동체 삶의 바탕이 되는 대안적 진원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우리는 곶자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 상생과 순환의 원리를 터득하고 미래 제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음과 같이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
하나. 우리는 곶자왈을 파괴하는 행위를 거부하고 보존을 위한 노력을 다한다. 하나. 성장만능주의를 경계하며, 평화와 평등, 공존의 정신이 살아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하나. 환경 파괴적인 소비생활을 거부하고 친환경적 삶을 실천한다.
2005년 1월 (사)곶자왈사람들
10년 후에도 그 모습 그대로의 곶자왈을 꿈꿉니다.
'제주의 허파' 곶자왈. 불모의 땅이라 불렀고 한 때는 버려진 땅이었지만 곶자왈은 수많은 생명을 품었습니다. 생명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숲을 이루었고 뭇생명이 깃들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곶자왈은 ‘생명의 숲’이며 ‘생태계의 보고’임을, 그곳이 왜 지켜져야 하는지를, 그곳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명의 숲' 곶자왈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곶자왈에서 찾고자 곶자왈사람들의 깃발아래 모인지 10년. 그 시간은 제주다움을 향한 몸짓이었고 생명을 지켜온 아름다운 한 걸음, 한 걸음이었습니다. 영광의 순간이 있었고 기쁨과 안도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좌절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 곶자왈이 있었고 함께 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파고를 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난 10년은 곶자왈의 가치를 되살려내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곶자왈의 가치를 밝혀내고 곶자왈의 중요성을 전파해왔습니다. 우리의 노력은 불씨가 되어 곶자왈 보전을 위한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힘들이 모여 이제 곶자왈은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반드시 공존해야 할 오늘의 가치이자 내일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곶자왈은 여전히 아픕니다. 제주 땅을 파헤치는 개발 바람은 여전하고 인간의 탐욕은 더 커져갑니다. 제주사회도 여전히 생태적 가치와 삶이 아닌 자본 중심 성장주의와 물질만능 의식과 삶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곶자왈도 그 몰아치는 개발 광풍에 휩싸인 채 하나 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고 곶자왈을 지켜내려는 목소리는 허무한 외침이 되고 맙니다.
곶자왈과 함께 해 온 우리는 이제 새로운 내일을 기약하려 합니다. 저기 너머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다시 이 땅에 굳건하게 살아 숨쉬는 곶자왈을 꿈꿉니다.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제 모습 그대로인 곶자왈이기를 꿈꿉니다. 그 새로운 꿈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며 우리들만의 바람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제주의 미래를 지켜나가는 소임을 시대와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본의 질서, 파괴의 논리는 여전하지만 그 질서를 바꿔내기 위한 몸짓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것은 시대와 호흡하고 시민과 함께 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
곶자왈은 오늘 "지난 10년간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우리에게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곶자왈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곶자왈 조사와 홍보, 교육 사업을 통해 곶자왈 가치를 널리 공유하는 일은 곶자왈 보전을 위한 시작입니다. 사유지라는 이름으로 개발위기에 놓인 곶자왈을 영구히 보전하기위한 국민신탁운동을 가장 앞서서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곶자왈 경계구분와 분포도를 새롭게 정리하고 곶자왈 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자연환경 파괴와 희생으로 누리는 안락한 삶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삶을 현장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이 모든 노력이 다할 때 곶자왈은 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것 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10년을 서로 축하합시다. 그리고 10년 전 다짐을 새깁시다.
곶자왈의 생명을 지켜나가고 제주를 새롭게 할 길을 함께 떠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