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이야기

곶자왈과 제주인

곶자왈을 지켜요! 마지막 생명의 보고입니다.

곶자왈과 제주인

천연림의 곶자왈(곶자왈 형성~선사시대)

약 1만 년 전, 180만 년에 걸친 제주도 화산활동이 거의 끝나고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접어들며 제주도는 지금과 같은 섬으로 존재했다. 빙하기가 끝난 후 지속적 온난화로 제주도 전역에 식생 변화를 겪으며 곶자왈을 비롯해 식생의 형태가 발달했다.

제주지역에 신석기 문화가 형성하며 경제활동이 있었으나 인구가 적고 대부분 수렵채집이나 원시적 농경 생활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제주 자연은 원시림 형태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곶자왈의 생존적 이용기(고대 탐라시대 후 1960년대까지)

탐라국을 거치며 중앙에 편입된 고려 시대 이후, 제주는 인구가 증가하고 배를 건조하는 기술력이 늘면서 곶자왈을 비롯한 숲에서 나무 벌채가 대규모로 이뤄졌다.

곶쇠

목축은 제주도 내 전통적인 산업으로 유지돼 왔으며, 특히 원나라에 의해 고려 1276년 수산평에 국영목장을 운영하면서 대규모 목장 산업이 발달했다.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중산간 전역을 목장으로 개발하면서 많은 숲 지대와 들판이 목장지로 변화됐다. 곶자왈 지역은 목장지와 연접해 일부 목축지로 쓰이기도 했으며, 목재나 수렵채집, 농경, 주거지 등 일차적 이용 공간으로 활용됐다.

일제 강점기 때 산림자원 수탈과 대규모 숯 생산, 해방과 4‧3 등을 겪으면서 중산간 초토화 작전, 재건을 위한 대규모 벌채 등으로 1960년대까지 곶자왈을 비롯한 제주도 내 산림자원 이 황폐화돼 숲으로서의 곶자왈은 대부분 사라졌다.

1970년대 이후 산림보호 정책과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곶자왈에 대한 이용은 급속히 줄었으며, 곶자왈은 자연적 생태 복원 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산림 형태를 유지하게 됐다.

생태적 복원 능력을 넘는 개발의 자본적 이용기(1990년대 이후)

제주지역 산업화와 함께 관광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자본축적을 위해 곶자왈이 이용됐다.

과거 1만 년에 걸친 전통적 이용과는 근본적 이용 형태가 변화됐다. 곶자왈에서 나무를 캐거나 농사를 짓거나, 목축하는 것이 아닌 자본 투자에 따른 개발과 이용 수익에 따른 경제적인 이용으로 형태가 변화됐다. 인간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땅을 통째로 갈아엎는 개발이 가능해지고 곶자왈은 파괴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곶자왈에도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고 이득 창출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이 들어왔다. 이는 과거 1만 년에 걸친 전통적 이용과는 달리 근본적 이용 형태를 변화시켰다. 나무 제거와 지질 형질 변경으로 곶자왈의 원형은 파괴되고 복원 기능은 상실됐다. 1만 년 된 숲이 100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생태적 복원 능력을 넘는 개발과 이용의 영향으로 제주인과 곶자왈이 유지해 온 상호 공존 관계는 파괴됐다. 또한 제주의 환경자산이 지속적인 사유화가 되면서 환경과 경제적 불평등 및 공동체 붕괴로 이어졌다.

최근 제주도의 실태조사(2022년)에 의하면 곶자왈 면적의 32%가 관광단지, 골프장, 채석장, 택지개발, 도로건설 등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사라지거나 개발 승인돼 사라질 예정이다. 1990년 크라운CC(북촌), 2000년 라온GC(저지), 2003년 블랙스톤(금악), 제피로스GC(와흘), 2004년 돌문화공원(교래), 2006년 에코랜드(대흘), 묘산봉관광지구(김녕), 테디밸리골프앤리조트(상창), 신화역사공원(서광), 2008년 제주영어교육도시(신평), 2021년 국가위성운영센터(덕천), 2022년 제주자연체험파크(동복) 등이 대표적 개발지다.

곶자왈 보전에 대한 인식 변화와 보전활동

2000년대 초반까지 곶자왈의 가치에 대한 무관심 속에 곶자왈의 개발은 본격화됐다. 2003년 모 언론사의 곶자왈 대탐사 언론 보도 후 곶자왈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곶자왈에 대한 보전 대책을 요구하는 도민들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곶자왈에 대한 언론 보도와 환경단체 홍보 등의 영향으로 도민사회에 곶자왈에 대해 명확히 인식되고, 난개발 문제가 사회 논란이 되면서 곶자왈 보전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2006년 제주 KBS의 「곶자왈 도민 인식조사」에 의하면 ‘곶자왈 개발 허용 여부’에 대해 ‘개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79.4%,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20.6%로, 80% 가까운 도민이 곶자왈의 개발을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3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의 「곶자왈 보전‧활용에 대한 제주도민 의식조사」에 의하면 ‘곶자왈을 국유화해 생태적‧환경적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87.0%, 곶자왈의 환경적 보전과 경제적 이용 측면에 대해 ‘보전이 중요하다’는 의견은 79.4%로 나왔다.

2016년 제주 연구원의 「제주 자연환경자산 보존가치에 대한 도민 인식조사」에 의하면 한라산 4.81 곶자왈 4.71 오름 4.61 동굴 4.57 습지 4.51 용천수 4.51 섬(부속도서) 4.43 하천(폭포) 4.39 연안 해역 4.39 순으로 한라산 다음으로 곶자왈이 중요한 자연환경자산으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곶자왈이 짧은 기간 동안 대중적 인식과 함께 한라산에 버금가는 자연환경자산으로 인식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이며 곶자왈 보전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곶자왈이 도민들에게 알려지고 시민운동 차원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2005년 곶자왈 보전운동을 목적으로 (사)곶자왈사람들이 창립되는 등 곶자왈 보전을 위한 시민운동이 활성화됐다.

곶자왈의 생태계 등급 상향, 행위 제한 강화 등을 위한 제도 개선 활동, 사유지 곶자왈 국민신탁운동을 통한 영구 보존 활동, 곶자왈 내 개발사업 반대 활동, 곶자왈 내 불법 훼손 감시활동, 보호종 서식지 보존 활동, 곶자왈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시민이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면서 곶자왈은 제주다움을 대표하는 환경자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