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들이 깨어납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들녘에는 완연한 봄기운으로 가득합니다. 뭇 생명들이 치열한 삶을 준비하는 역동의 시기에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시민단체 연대조직인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제주연대회의)를 결성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새로운 연대조직 구성을 위한 논의의 과정과 준비위 활동을 거치고 오늘 공식적으로 제주연대회의의 출범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제주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위한 사회개혁 추진과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제주도민과 함께 펼쳐 나갈 것임을 밝힙니다.
현재 제주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변화의 요인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제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긍정적인 잠재요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공동체를 훼손하고 공공의 가치를 위협하는 사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변화를 동반하는 요소들 중에 우리의 선택은 지역민주주의 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 있어서도 투명한 정책구상과 실행, 주민 참여의 기회가 전제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도민의 삶과 제주미래를 고려치 않은 경솔한 판단과 정책결정은 도민사회의 갈등으로 비화되기 마련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사회는 이와 같은 우려가 상존하고 있으며, 시정을 요구하는 양심 있는 도민여론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도민의 삶과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기 보다는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가 정책결정의 판단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타 지역과 다른 제주의 사회적·지리적 특성은 무분별한 국가정책의 시험장으로 변했습니다. 천혜의 뛰어난 자연환경은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각축장이 된지 오래입니다. 심지어 잘못된 정책결정은 주민의 인권마저 유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각종 발전계획과 도정의 정책에는 제주미래의 청사진이 보기 좋게 제시되지만 정작 도민의 삶을 외면한 계획 하에서 제주의 미래를 꿈꾸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전환의 시기에 제주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이제 제주는 지역사회의 다양성이 발현되고 인간의 가치와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변화해야 합니다. 도민이 지역정치의 주인이 되고, 풀뿌리 주민자치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성평등의 가치가 정착되고, 여성의 활발한 사회활동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기회균등이 실현되는 제주사회로 가야 합니다. 소수자의 인권과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다문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일방적인 이용과 훼손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 질서와 자본의 논리에 의한 제주발전이 아니라 주민공동체를 유지하고, 제주의 향토문화와 자연을 보전하고 계승·발전시켜 나가려는 발전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가치의 실현은 제주도정, 지역 정치인이 아닌 제주도민이 자발적으로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곧 제주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우리 제주연대회의가 도민들과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주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나침반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제주개발의 역사를 반성하고 새로운 제주미래의 비전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지역정치의 폐단을 일신하여 풀뿌리 주민자치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도민의 삶과 연관된 지역의 현안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연대의 정신을 발휘하겠습니다.
앞으로 제주연대회의는 건강하고 투명한 제주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대화와 소통이 원칙이 되고 도민의 참여에 의한 자치역량으로 지역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주도민 여러분들과 함께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제주의 평화를 염원하고, 모든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제주도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