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의 제주 지하수 사유화 확대, 도의회가 막아라! 제주 지하수, 타협·거래 대상 아니다...공수관리 원칙 지켜라!
제주도의회가 지난 6월 의결 보류했던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증산 동의안을 다시 상정해 오는 20일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심사 당시에는 의원들 간에 의견조율이 안 돼 정회 후 산회를 선포하지도 못한 채 유회(流會)라는 제주의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도민사회의 여론 대부분은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을 반대하는 상황이었고, 이날 도의회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의회는 도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너무나 무책임한 심사결과를 내놓고 말았다. 결론도 맺지 못해 파행으로 끝난 셈이다.
하반기 환경도시위원회가 재구성되어 안건이 다시 상정된 것이지만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문제는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의원들 역시 심사숙고해야 하는 사안이다. 상반기 상임위에서도 의결 보류 결정에 대해 ‘지하수 보전과 특별법 기본이념인 지하수 공공성 문제와 사기업의 기득권 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심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런 점에서 도민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예고도 없이 너무 갑작스럽게 상정됐다는 인상은 지을 수가 없다. 이러한 우리의 우려가 도의회의 현명한 판단으로 불식되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또한 지난 상반기 심사에서 도의회가 보여준 모습이 이번 의회에서는 재현되지 않기를 당부한다. 지난 심사에서 도의회는 한국공항 측에 국내시판량을 일정범위 내에서 한정하는 조건과 지역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역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지하수 증산허용의 대가와 조건부 타협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공적 이용을 전제한 제주 지하수를 사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허용하면서 떡고물을 요청하는 것은 결국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 관리원칙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번 심사에서 한국공항은 사회공헌을 위한 사업들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를 근거로 지하수 증산 동의의 명분으로 삼는다면 이는 두고두고 제주도의회의 치명적인 과오로 남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공항은 이미 제주 지하수를 사유화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공항은 5년 전 제주도를 상대로 지하수 사유화를 위한 행정소송에서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았다. 전 도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공항은 법정싸움까지 불사하며 사익을 추구해 왔다. 이에 대해 당시 제주도는 “한국공항은 이를 계기로 먹는 샘물의 취수량을 늘리고 나아가 판매량을 늘리려고 한다”며 적극적인 행정소송에 대응하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당시 제주도의 주장과 같은 내용이다. 한국공항은 소량의 증량 또는 최초 허가량의 복원을 주장하지만 이는 결국 추가적인 지하수 증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바로 제주도의 입장변화이다. 제주도는 이미 지난해 한국공항에 월 9천톤의 먹는 샘물 지하수 증산을 허용한 바가 있다. 다행히 도의회의 지하수 보전의지로 이를 막을 수는 있었지만 한국공항의 지하수 사유화 확대 시도와 이와 결탁한 제주도의 공수(公水)관리 포기 정책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가 지하수 공수개념을 도입하게 된 공식적인 계기도 지난 2005년 한국공항과 먹는 샘물 행정심판 결정이 나면서부터다. 당시 행정심판에서 제주도가 승소하자 도지사가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지하수를 토지 소유권과 분리해 국가가 관리하는 공개념 도입을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10년도 안된 지금 한국공항이 제주도의 지하수 공수화 제도를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제주도는 공수개념이 정착되기도 전에 한국공항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이제 마지막 보루인 제주도의회의 판단만 남겨놓은 셈이다.
제주도의회는 그 동안 한진그룹의 제주 지하수 사유화 시도에 타협하거나 굴복함 없이 강력한 대응을 해 왔다. 한국공항의 먹는 샘물 시장시판 허용요구와 지하수 사유화 확대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 2006년 한국공항이 먹는 샘물 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자 제주도의회는 ‘한국공항의 지하수 이용 기득권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 그 어떠한 변경허가도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제 제주 지하수 공수관리 원칙을 견지해온 도의회가 다시 한 번 도민사회에 그 입장을 확인할 때가 되었다.
지난 30년 가까이 한국공항은 제주 지하수를 이용해 사기업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모두 얻었고,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은 모두 누렸다. 한국공항은 이제라도 제주의 지하수 관리정책을 수용해 먹는 샘물 개발사업을 종료하는 것이 지역사회에서 존경받고 도민들에게 환영받는 일이다. 그리고 제주도의회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국공항의 먹는 샘물 지하수 증산 동의안 심사에서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