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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제주희귀식물 연재

    2008-12-18 15:18:16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4603

  • 습지에서 다양한 동물과 상생(相生)


    <김봉찬의 제주 희귀식물> 연재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마름(Trapa japonica Flerov)은 마름과의 일년초로 저지대 오래된 연못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전국적으로 자생하며 제주에서는 중산간지역의 습지 등에서 볼 수 있다. 보통 수심이 1~1.5M 정도 되는 물속에서 연못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줄기는 수면까지 올라와 자라는데 끝에서 많은 잎이 나와 수면을 덮는다. 위에서 보면 잎이 물 위에 떠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 다양한 동물과 함께 물에서 상생하는 습지식물 마름.


    잎은 마름모꼴 삼각형으로 끝부분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잎자루에는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공기주머니가 있다. 이것은 산소를 저장하는 곳으로 잎이 수면 위에 뜨게 하는 기능과 더불어 물속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장치이다. 대부분의 수중식물들은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기능의 장치를 지니고 있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흰색으로 작지만 아름답다. 물에 사는 식물이지만 꽃이 형태를 다 갖추고 물 위로 피는 것을 보아 곤충을 유인하여 수분을 매개하는 충매화인 모양이다. 열매는  물밤이라고 해서 식용으로 즐겨먹기도 하는데 그 생김새가 독특하다. 삼각형모양으로 부풀어 익는데 가운데부분이 뾰족하고 양 끝은 꽃받침이 있던 자리가 가시처럼 된다.


    열매가 익으면 식물체와 연결되어 있던 자루가 끊어지면서 물 위에 둥둥 뜨게 된다. 이때 열매는 바로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2~3일 길게는 1주일가량을 물 위에 떠서 이동한다. 물의 흐름을 따라 떠다니면서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그러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열매 안에 극성이 생겨 한쪽의 비중이 커지고 열매는 차차 물속에 가라앉게 된다. 연못 바닥에 도달했을 때 가시처럼 단단한 끝자락이 땅에 박혀 닻의 기능을 수행한다.


    땅에 박힌 열매는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자라기 시작한다. 어린 줄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자라나 수면까지 도달한다. 마름은 두 가지 종류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땅속뿌리로 처음 씨에서 돋아나와 식물체를 땅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부착근이다. 나머지 하나는 영양분과 산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하며 줄기 마디에서 수염뿌리처럼 나와 자란다.


    다자란 마름은 수면 위에 잎을 통해 광합성을 하고 마디에서 나는 뿌리를 통해 호흡을 하며 살아간다. 재미있는 것은 수위변동에 따른 마름의 생장속도인데 홍수 등으로 인해 연못의 수위가 갑자기 높아졌을 경우 마름은 거의 하루면 다시 성큼 자라 물 위로 잎을 띄운다고한다. 자연변화에 대비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조성된 연못의 경우 수위 변동이 심해질 경우 결국 스트레스로 인해 성장이 더디어지거나 죽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마름이 유량이 빠르고 수위 변동이 심한 곳에 사는 식물이 아니라 일정수위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잔잔한 연못에서 살아가는 식물임을 뜻하는 것이다. 


    얼마 전 경남 창원에서는 제10차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가 열렸다. 람사르협약이란 세계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 협약으로 지난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된 「자연자원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관한 최초의 정부 간 협약이다.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전 세계인의 아름다운 약속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습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과거 무조건적인 개발로 인해 많은 습지들이 매립되었다. 그로 인해 중요한 습지식물들이 소중한 터전을 잃고 그와 연계된 수많은 생물들이 사라져갔다. 그러나 다행히 환경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아지고 습지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습지를 보전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고 그 영향으로 1997년 람사르협약에 가입하게 되었다. 현재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등 11개의 습지가 람사르협약에 등록되어 있으며 이 중 물영아리 오름과 물장오리가 제주의 습지다.


    마름을 비롯해 습지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좁은 공간 내에서의 종다양성과 생태적 균형을 이루는 종간 시스템은 마치 소우주를 방불케 한다. 희귀성이나 식물 개개의 가치를 떠나 습지라고 하는 공간(환경)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이번 지구촌 환경축제가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2008년 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