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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제주희귀식물 비양나무

    2008-12-17 10:40:28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4018

  • 대나무 군락, 비양나무 자생지 위협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비양나무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5km 떨어진 곳에 비양도가 있다. 어느 날 오름 하나가 중국에서 날아와 툭하고 떨어졌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이 섬에는 중앙에 높이 114m의 비양봉과 두 개의 분화구가 있는데 멀리서 보면 바다 위에 큰 오름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다. 섬이 오름이고 오름이 섬인 곳이다.


    비양도에는 섬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비양나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를 통틀어 이 곳 비양도에만 자생하는 나무다. 비양봉 북사면에 군락을 이루어 서식하는데 제주대학교 김문홍교수팀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현재 제주도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되어 있는 귀한 식물이다.


    비양나무(Oreocnide fruticosa (Gaudich.) Hand.-Mazz.)는 쐐기풀과의 낙엽관목이다. 비양도를 비롯해 일본, 중국, 히말라야 등지에 분포하며 암석지 부근에 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바위모시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다 자라면 키가 2m 정도 되는데 초지에서 양지성 관목림으로 진행되는 중간 단계에 나타나는 식생인 듯싶다. 근경이 발달하여 밀집된 군락을 이루고 주변에 누리장나무, 예덕나무, 청미래덩굴, 억새 등과 어우러져 자생한다.


    비양나무는 암수딴그루로 봄에 꽃을 피운다. 새순이 돋아나는 3~4월경 잎과 더불어 꽃이 피는데 꽃은 작고 화피가 발달하지 않아 매우 수수하다. 수꽃은 꽃자루가 없이 가지에 오밀조밀하게 붙어나고 3개의 수술은 흰색으로 화피보다 길게 나와 꽃밥을 터트린다. 암꽃은 직경이 3m정도로 작은 구형이 모여 피는데 주두에 털이 나있다.


    비양나무의 열매는 화피가 육질화된 1mm정도의 흰색 과육 중앙에 끝이 뾰족한 검은색 씨가 박혀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과육이 발달하는 것을 보아 새가 먹는가 싶지만 크기가 매우 작고 무미·무향의 색이 흰색인 것, 자생지가 오픈된 초지와 인접한 것 등으로 보아 아직 의문점이 많다.


    그러나 만약 새들이 비양나무의 열매를 먹는다면 그것은 숲과의 관련성을 높여준다. 비양나무의 자생지가 전석지인 것으로 보아 초지와 인접한 곳이지만 초식동물이나 화입의 영향을 덜 받게 되고 이러한 조건은 숲으로의 천이를 돕는다. 이것은 비양나무의 자생지가 초지보다는 양수림에 근접한 식생대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아마도 숲가장자리나 양지성 관목림, 숲과 연계된 초지에서 생육하지 않나 싶다. 다시 말해 비양나무가 속해있는 Oreocnide속의 식물들은 쐐기풀과 식물 중 초지에서 숲속 식물로 전이되는 중간단계를 보여주는 식물일 수도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비양나무가 자생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자생지가 매우 한정적인 것 같다. 일본 남부지역에 일부 분포하는데 시코쿠의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관광지로 여행관련 사이트에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보기도 했다. 비양나무의 자생지가 이렇게 제한적인 것과 우리나라에서도 유독 비양도에서만 볼 수 있는 까닭이 또한 궁금해진다. 비양도가 가장 최근까지 화산활동의 기록이 남아있는 곳이고 독립된 섬이라는 점은 분명 비양나무의 자생지 환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비양나무와 관련한 연구가 거의 없고 필자역시 비양나무를 관찰한 경험이 매우 적은 관계로 아직은 모든 것이 미지수다. 다만 그것을 궁금해 하고 여러 가지로 궁리하고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는 것만 명확할 뿐이다.


    현재 비양나무는 자생지 이외에 한라수목원에서 현지 외 보존되고 있다. 자생지에서도 다행히 비양나무가 워낙에 생소한 식물인데다 일반적인 쓰임이 없어 인위적인 훼손사례는 없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비양도에 널리 퍼진 이대 때문에 혹 위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생활에 쓰임이 많은 이대를 집 근처에 심어 놓곤 했다. 그 때문에 문섬, 섶섬, 성산일출봉 등에서 이대가 번성하여 문제가 되었었다. 비양도 역시 동사면에 대규모의 이대군락이 형성되어 있는데 계속해서 방치해 둘 경우 비양나무의 자생지까지 위협하게 될까 걱정이다. 생물학적인 방제방법과 꾸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더불어 새로이 발견된 식물종에 대한 다방면의 연구가 진행되길 바란다.


    2008년 10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