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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제주희귀식물 붓순나무

    2008-12-17 10:32:22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980

  • 늘 푸른 향기...쓰임새도 다양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37] 붓순나무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붓순나무(Illicium religiosum S. et Z.)는 붓순나무과에 해당하는 늘푸른나무이다. 키는 다 자라면 3~5m정도가 되어 키큰나무 중 다소 작은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붓순나무과 1과에 1속 1종이 자생한다.


    제주를 비롯해 진도, 완도 등지의 남부지방에 서식하며 도내에서는 돈네코, 천지연, 강정천 등의 해발 300m 이하 난대림 지대 및 서검은이오름 일대의 곶자왈 지역에 자생한다. 한라산 남사면에 집중되어 분포하기는 하나 큰 군락을 이루는 식물은 아니다.


    붓순나무는 보통 햇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 자란다. 잎은 두텁고 가죽 질감이 나며 털이 없고 표면에는 약간의 광택이 있다. 끝이 뾰족하게 자라고 자세히 보면 맥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또한 특징이다. 꽃은 이른 봄 3~4월경에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나며 크기가 크다. 꽃잎은 가늘고 길게 나누어지는데 살며시 녹색 빛을 띠는 하얀색을 하고 있다. 상록수 중에서는 드물게 꽃이 크고 화려한 식물이다.


    붓순나무의 큰 특징은 바로 향기다. 잎과 꽃, 열매 등 나무 전체가 향기로 가득한 대표적인 허브식물이다.



    ▲ 붓순나무


    쓰임도 다양해서 약재를 비롯해 향을 이용한 다양한 향신료 및 음식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붓순나무의 열매는 여덟 개의 마디로 나뉘는 모양을 따서 팔각이라고 부르는데 이 팔각을 이용한 중국요리가 많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향장우육도 팔각을 이용한 대표적인 요리이다.


    가까운 일본에도 붓순나무가 자생하는데 이 나라에서는 독특한 방법으로 붓순나무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례식이나 성묘에 백색 국화를 사용하듯 일본에서는 신도는 비쭈기나무를 불교는 붓순나무를 사용한다. 때문에 최근에는 이를 이용해 붓순나무를 대량으로 증식하여 수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다.


    거기다 목질이 뛰어나 염주알이나 주판알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한다고 하니 쓰임이 참으로 다양한 나무다.


    붓순나무는 조경수로도 매우 가치가 있는 나무다. 이미 30여 년 전부터 제주에서는 붓순나무를 원예식물로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전체적인 수형이 단아하고 잎이 반듯하여 아름답고 향이 있으며 꽃이 크고 화려하여 조경수로서의 장점을 많이 지닌 식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가치에 비해 크게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토양과 관련된 이유인 것 같다.


    보통 붓순나무는 토질이 부드럽고 적당히 습윤하면서도 물빠짐이 잘 되는 토양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조경현장의 토양은 대부분 진흙토양이거나 수많은 장비의 무게 및 답압으로 인해 단단하게 굳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도의 토양 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붓순나무를 심어 놓아도 몇 해가 되지 않아 고사할 확률이 높다. 제주의 화산회토나 원예용으로 나오는 인공토양 등을 잘 활용하여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붓순나무를 잘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유사종으로 미국에 자생하는 Illicium floridanum이라는 종이 있다. 이 나무는 꽃이 붉은 색을 띄어 매우 화려하고 우리나라의 붓순나무와는 또 다른 느낌의 매력을 지닌다. 우리의 자생식물을 보호하고 다양하게 개발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만큼 외국의 식물들을 공부하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얼마 전 붓순나무의 대량증식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쓰임이 많은 나무이니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용하여 우리의 귀중한 자원을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08년 0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