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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제주희귀식물 섬매발톱나무

    2008-12-15 09:41:07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232

  • 날카로운 가시, 아름다운 열매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 섬매발톱나무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 섬매발톱나무


    한라산을 오르다보면 울창한 낙엽수림을 지나 어느 순간 시야가 확 트이는 곳에 이르게 된다. 높은 곳으로 갈수록 추위와 강한 바람 등의 혹독한 기후조건 때문에 키 큰 목본식물은 사라지고 고산의 대표적인 식생인 고산관목림과 고산초원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라산의 경우 해발 1500m 이상이 되면 이러한 고산의 식생을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즐겨 찾는 윗세오름 주변의 광경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다.


    고산관목림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식물은 산철쭉과 털진달래다. 군락이 크고 꽃이 화려하며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정원수이기 때문이다. 봄철 자주 빛 꽃을 흐드러지게 피워낸 진달래밭의 정경은 제주에서라면 식당에서도 호텔에서도 벽에 걸린 액자로 늘 마주치는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산관목림에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사이사이 아름답고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지닌 식물들이 많이 있다. 섬매발톱나무도 한라산 고산지대의 대표적인 관목이다.


    섬매발톱나무(Berberis amurensis var. quelpaertensis Nakai.)는 매자나무과의 낙엽관목으로 한라산 1500m 이상 고지대에 자생하며 천백고지습지 일대에도 일부 분포한다. 보통 구상나무숲과 진달래밭 사이 볕이 잘 들고 비교적 건조한 곳에 소군락을 이루며 살아간다. 일반적인 고산지대의 식물들이 가지가 치밀하고 잎이 촘촘히 나며 지면에 가깝게 붙어 자라는데 반해 섬매발톱나무는 덤불처럼 무성하게 자라는 경향이 있는데 대신 보리수나무, 섬노린재나무 등의 다른 관목들과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큰 덩어리의 군락을 이루어 생육한다.
    섬매발톱나무는 키가 1~2m 정도 자란다. 톱니가 있는 잎은 둥글게 길쭉해진 모양으로 작고 촘촘히 달린다. 꽃은 5~6월이 되면 잎 사이에서 꽃대가 나와 노랗게 피는데 색채며 모양이 귀엽고 앙증맞다. 열매는 9월에 익는데 붉고 오래 달리며 잘 익은 열매는 새가 먹는다.


    섬매발톱나무의 대표적인 특징은 가시다. 줄기에 1~2cm 정도 크기의 가시가 3개씩 짝을 이루어 나는데 매발톱나무라는 이름은 이 가시의 모양이 매의 발톱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섬매발톱나무는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관목 중 가시가 발달하는 대표적인 수종으로 가시가 나는 관목들은 저지대에서처럼 숲의 가장자리에 분포하며 초원의 초식동물의 침범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철책 같은 기능이다. 


    대학시절 제집처럼 한라산을 드나들던 무렵 안개가 자욱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날이면 날카로운 가시로 끊임없이 공격해 가장 골치가 아팠던 것이 바로 섬매발톱나무다. 사실 공격은 우리 쪽이었고 나무는 열심히 수비를 한 것이지만 말이다. 숲속의 식물이 점차 안정된 생태환경을 만들어가는 데는 이런 가시덤불의 철통같은 수비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가시의 날카로운 이미지와 달리 섬매발톱나무는 매우 아름다운 나무다. 아름답다는 것이 주관적인 기준일 수 도 있지만 섬매발톱나무가 속해있는 Berberis속은 전세계적으로 애용되는 대표적인 원예식물이다. 특히 울타리를 만들기에 좋아 수벽으로 많이 쓰이며 독립적으로 화단에 심어도 좋은 정원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꽃이 매우 아름답고 열매도 좋아 볼거리가 많다. 특히 열매가 오래 달리고 해거리가 없이 매해 풍성하게 난다.


    섬매발톱나무의 경우 자생지내에서의 훼손사례가 있거나 개체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한라산의 대표적인 관목으로 다른 특산식물들과 더불어 장기적인 보존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 09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