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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제주희귀식물 섬노린재

    2008-12-15 09:37:16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287

  • 특유 빛깔, 한라산의 숨은 보석


    <김봉찬의 제주 희귀식물>섬노린재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아침저녁으로 제법 날이 서늘해졌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설 때면 찬 기운에 얇은 외투를 하나 걸치게 되니 말이다. 그러다가도 금세 기온이 올라 땀을 흘리곤 하지만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몸이 먼저 느끼고 있다.


    가을을 생각하면 누구나 의례히 청명한 하늘과 풍요로운 결실을 떠올릴 것이다. 식물들도 한가득 꽃을 피워낸 자리마다 방울방울 열매를 달고 번식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 짖는다. 탐스러운 열매는 고운 빛을 내면서 부지런히 씨앗을 날라줄 동물들을 기다린다. 필자역시 눈여겨보았던 식물들의 종자를 채집하느라 분주해지는 계절이다.


    종자채집을 다니다보면 숲의 열매는 보통 붉은색으로 익는 경우가 많다. 열매를 물어다 나르는 새들이 붉은색에 반응을 잘 하는 탓인 것 같다. 그 외로는 검게 익거나 간혹 노란색으로 익는 것들이 보인다. 헌데 형용하기 어려운 독특한 색채를 지니는 열매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섬노린재다. 섬노린재는 푸른색으로 열매가 익는데 검푸른 색이 깊어 그 속을 알 수 없고 또한 맑게 빛나 손을 대기가 두려울 정도다.



    ▲ 한라산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낙엽관목 섬노린재.


    섬노린재(Symplocos coreana (H.Lev.) Ohwi)는 노린재나무과의 낙엽관목으로 제주에 자생한다. 일본에도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다. 어리목부근 등에서 구상나무와 좀고채목 군락의 외곽지역에서 고산초원 사이에 점생한다. 분포지역이나 형태적 특성으로 미루어보아 백당나무처럼 원래는 낙엽수림 인자였던 것이 기후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고산식물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키는 3~5m 가량 자라는데 5~6월에 백색의 꽃이 핀다.


    섬노린재와 비슷한 식물로 노린재나무가 있다. 노린재나무는 온대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산야에 자생한다. 낙엽수림 가장자리에서 흔하게 보이는 수종으로 성장이 느리고 섬노린재처럼 키가 크지 않아 다 자라도 채 10m가 되지 않는다. 제주에서도 낙엽수림이나 곶자왈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다. 섬노린재와 유사하여 일반인들이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 한라산 저지대에서 만나는 나무는 노린재나무이고 고지대에서 만나는 나무는 섬노린재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섬노린재를 비롯한 한라산 고산지대의 수목들은 다른 지방의 수목과 달리 매우 독특한 형태적 특성을 지닌다. 여러 번에 걸쳐 소개한 바 있지만 고산지역의 강한 바람과 추위에 적응해나가면서 가지가 치밀해지고 수형이 매우 탄탄해졌다. 똑같은 수종의 나무지만 오랜 기간 식물을 연구한 학자들이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변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러한 형질들이 이미 고정되어있어 저지대에서 종자를 통해 증식시켰을 경우도 자생지에서와 동일한 형태로 자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한라산 고산식물에 대한 분류학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러한 특성이 지니는 원예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분류학적인 접근은 연구자들의 몫이니 후자에 대해 잠깐 언급하겠다.


    섬노린재는 우선 키가 많이 자라지 않는 관목성 혹은 아교목성 식물이어서 그 이용가치가 크다. 거기다 가지가 치밀하고 수형이 단정해 매우 아름답다. 봄철에 하얗게 피어나는 꽃이며 가을철 푸른빛으로 익는 열매는 더없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가치를 지닌 수목임에도 불구하고 원예시장이나 조경시장에서 많이 거래되지 않는 수종이다.


    새로운 소재의 개발이 시급한 우리나라의 원예시장에서 한라산 고산지역의 수목들은 좋은 해답을 주고 있다. 섬노린재, 분단나무, 백당나무 등이 모두 숨어 있는 보석들이다.


    2008년 0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