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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제주희귀식물 창포

    2008-12-12 10:31:33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096

  • 일상에서 멀어지는 정겨운 식물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창 포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 창포


    창포(Acorus calamus L.)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수심이 어른의 무릎만한 곳에서 조금 얕은 곳까지 자라는 습지식물이다.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며 제주에서는 중산간의 습지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자생지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창포의 특성상 다른 식물들과 혼합되지 않은 순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 자생지내에서는 큰 규모의 창포군락을 만날 수 있다.


    창포는 굵은 근경이 습지 바닥의 진흙 속에서 짧게 뻗으며 거기서 선형의 잎이 서로 마주 감싸며 위로 자란다. 잎은 길이가 70~80cm 정도 되는데 잎 가운데 뚜렷한 맥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여름이 되면 잎 사이에서 화경이 나와 소세지 모양의 둥글고 긴 육수화서가 달리는데 여기에 작은 꽃들이 빽빽이 달린다.


    육수화서는 육질이 발달한 축 주변으로 꽃자루가 없는 작은 꽃들이 치밀하게 붙어나는 꽃차례를 이르는 말로 천남성과의 꽃들이 모두 이런 형태를 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꽃이 매우 작고 볼품없음을 의미하는데 대신 꽃 주변으로 독특하게 생긴 포가 발달하는 것이 또한 천남성과의 특징이다. 앉은부채나 산부채는 포의 색과 형태가 아름다워 마치 꽃잎과 같은 기능을 하며 수분을 위한 폴리네이터를 유인하고, 천남성의 경우는 더욱 치밀한 작전으로 곤충을 포획하여 적극적으로 수분을 돕는다. 천남성의 포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운데 다시 이야기 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


    헌데 창포는 얼핏 보면 포가 보이질 않는다. 노란 육수화서는 그저 잎 사이에서 툭 튀어나와 달린 것만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화서 기부에서 위쪽으로 잎의 모양으로 길어진 것이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포다. 창포와 석창포 등의 Acorus속 식물들은 포의 형태가 그 기원인 잎과 거의 동일하여 잎의 기능인 광합성에만 충실할 뿐 다른 식물들처럼 수분을 위한 특별한 기능이 없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창포는 어떤 방법으로 수분을 할까. 창포 역시 물 위에서 꽃을 피우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곤충이 매개를 해주는 충매화로 보인다. 그러나 꽃이 화려하지도 않고 거기다 간혹 꽃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화려한 포도 없으니 무언가 다른 방법으로 유인하는 모양이다. 가장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이 냄새다. 천남성과 식물들이 주로 냄새를 많이 이용하는데 창포 역시 특정 곤충을 유인하는 냄새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창포는 향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허브식물이다. 줄기에서 전체적으로 향이 나와 창포를 향포라고도 부른다. 물론 이 향과 수분을 위해 꽃에서 풍기는 냄새가 동일하다고 할 수 는 없지만 말이다.


    더욱이 창포의 꽃은 다른 수변식물들과 달리 꽃이 다소 아래쪽에 핀다. 얼핏 보면 잎 사이에 가려져 꽃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는 창포의 수분을 돕는 폴리네이터들이 시각적인 정보가 아닌 다른 정보에 민감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시각적인 정보에 의지하는 경우는 보통 꽃대가 길게 올라와 군락전체를 화려하게 꽃으로 장식하는데 대표적인 폴리네이터가 바로 벌과 나비다. 하지만 작은 파리류의 곤충들은 냄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꽃의 형태는 그 본래의 기능에만 충실할 뿐 특별히 화려한 장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창포역시 후자 쪽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 시각적으로 눈에 띄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면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 꽃대를 길게 올리고 큰 꽃을 피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 경우 바람이나 다른 동물들에게 쉽게 공격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창포의 수분방법은 그저 필자의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옛사람들은 단오에 창포를 넣어 끓인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했다고 한다.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기 전 몸을 깨끗이 하여 덥고 습한 계절에 생길 수 있는 여러 질병들을 대비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신윤복의 단오풍경을 보면 창포물로 방금 머리를 감은 듯한 여인네들이 냇가에 앉아 있는 정경이 보인다. 창포는 그렇게 우리들 생활 속에 가까이 있던 식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창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논가나 연못, 저지대 습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농약 피해와 개발로 인한 매립 등으로 인해 자취를 감춘 곳이 많아졌다. 때문에 산림청에서는 창포를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1997)하고 있다. 다른 습지식물들과 더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대책이 요구된다. 더불어 창포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2008년 0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