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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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제주희귀식물 흑삼릉
2008-12-12 10:24:32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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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연못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 30- 흑삼릉
중산간 일대 연못서 자생...인위적 절단 취약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흑삼릉이라는 식물이 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이 식물은 수심1m ~ 1.5m정도의 깊은 연못에 자라는 습지식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몽고,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며 제주에는 북제주군 하가연못과 중산간 일대에 일부 자생한다.
다른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습지식물의 경우도 기온에 따라 식물의 분포가 차이를 보이는데 흑삼릉의 경우는 난대에서부터 한대습지까지 고르게 분포하는 특성이 있다. 난대 습지에서는 택사, 창포, 어리연꽃 등의 식물과 자생하며 한대습지에서는 조름나물, 물여뀌, 산부채등의 식물과 함께 자생한다. 온도에 덜 민감한 분포범위가 매우 광역적인 식물이다. 하지만 자생지나 개체수가 적어 우리나라에서는 산림청에서 선정(1997)한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이기도하다.
흑삼릉(Sparganium stoloniferum Hamilton)은 흑삼릉과에 해당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선형의 긴 잎이 서로 감싸며 길게 자라고 꽃은 6-7월경에 피어 이맘때 관찰할 수 있다. 흑삼릉의 꽃은 한 개체 내에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데 위쪽에 암꽃이 달리고 아래쪽에 수꽃이 달린다.
흑삼릉의 꽃은 작은 꽃들이 여럿 모여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데 마치 손에 들고 다니는 지압봉같이 생겼다. 며칠 전 이 독특한 생김새의 꽃을 보면서 필자에게는 궁금한 것이 생겼다. 과연 흑삼릉은 어떤 방법으로 수분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수분(受粉/Pollination)이란 식물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붙는 일을 말한다. 번식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어쩌면 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때문에 식물들은 효과적인 수분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스스로 수분을 하기도 하지만 곤충을 유인하기도 하고 바람이나 물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꿀은 수분을 위해 곤충을 유인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흑삼릉의 경우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므로 자가수분을 하는 경우는 아닌 듯싶다. 또한 물에서 자라는 식물이지만 꽃이 물위에서 피어나므로 물이 매개가 되는 수매화 같지도 않다. 게다가 수분의 양이나 암술의 구조적 특성으로 보아 바람에 의한 풍매화로 보이지도 않는다. 보통 풍매화의 경우 꽃가루의 양이 많고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가 암술에 잘 붙도록 암술에 털이 많거나 기타 독특한 형태적 특성을 보이기 마련인데 전혀 그런 특성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곤충이 수분을 돕는 충매화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충매화의 경우 꽃이 화려한데 반해 흑삼릉은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면 냄새나 다른 곤충을 유인하는 요인이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해답은 미지수다. 하지만 넘치는 호기심과 성실한 관찰이 따른다면 언젠가 그 답을 알게 될 것이다.
수분이 일어나 열매를 맺은 흑삼릉의 암꽃은 단단하게 굳어져 조금씩 형태의 변화를 보인다. 자방은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암술머리는 끝이 뾰족하게 굳어간다. 마치 동그란 장난감 도깨비방망이 같은 모양이 된다.
익은 열매는 물위로 떨어지는데 다른 수생식물들처럼 물위에 둥둥 떠오른다. 그렇게 물위를 떠다니다가 적당한 조건을 만나면 뾰족해진 암술머리가 땅에 박혀 거기서 다시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꽃가루받이에서부터 새로운 터전에 닻을 내리는 일까지 암술머리의 임무가 막중하다.
흑삼릉은 근경번식이 잘 되지만 들판에 사는 단자엽식물과 달리 커팅에 매우 약하다. 오랜 기간 소나 말과 같은 초식동물에게 먹힘을 당해 적응해온 들판의 식물들은 잠아가 발달하고 소생기능이 뛰어나지만 물속에서 자라 초식동물의 피해가 없었던 흑삼릉과 같은 식물들은 인위적인 절단에 매우 취약하므로 관리상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물론 습지식물인데다가 꽃이 화려하지 않아 일반적인 원예식물로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자연형 습지나 대규모의 생태연못 등을 조성할 때 좋은 소재로 쓸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08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