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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제주희귀식물 섬바위장대

    2008-12-09 14:35:44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4214

  • 인위적 침식지 복원, 식물 터전 위협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 섬바위장대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 섬바위장대.


    지난주에 이어 고산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볼까 한다. 오늘은 섬바위장대다.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섬에서 나는 돌이 많은 곳에 사는 식물인 것 같다. 이름 안에 중요한 정보가 다 들어 있으니 이름을 짓는 지혜가 참 대단하다.


    섬바위장대(Arabis serrata var.hallaisanensis(Nak.)Ohwi)는 십자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한라산 높은 곳 송이석이 많은 전석지(자갈밭)에 자생하며 주로 선작지왓에서 볼 수 있다. 지난주에 소개한 한라솜다리와 더불어 유일하게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한국고유종(환경부지정)이다.


    고산식물은 주로 수목한계선 주변에 서식하는 식물을 말한다. 수목한계선(Timberline)이란 고산이나 극지에서 수목이 존재할 수 있는 극한의 선으로 그 주변은 혹독한 기후조건 때문에 키 큰 목본식물의 생육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의 정상부근이 대표적이며 설악산이나 한라산 정상에서 그와 유사한 아고산지대의 정경을 살펴볼 수 있다.


    고산지대의 봄은 보통 6월경에 찾아오는데 1년의 절반 이상이 눈에 덮여있기 때문에 식물이 생육할 수 있는 기간은 6월에서 9월까지 3개월 정도가 고작이다. 나머지 시간들은 길고 긴 휴면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지대에 장마가 한창인 지금이 고산에는 꽃이 만발한 봄의 시작이다. 섬바위장대도 이시기에 꽃을 피운다.


    섬바위장대가 꽃을 피울 때는 꽃대가 길게 올라와 그래도 어른의 한 뼘은 되는 키가 되지만 평상시에는 10cm도 되지 않은 매우 작은 식물이다. 잎은 냉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두텁고 촘촘히 붙어난다. 이는 고산식물의 일반적인 특성으로 대부분의 고산식물들은 혹독한 추위를 이기기 위해 지표면에 바싹 붙어 작게 자라고 잎이 두텁고 치밀하게 모여 나며 한라솜다리처럼 털이 많이 나는 특징을 지닌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섬바위장대는 송이석이 풍부한 전석지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이는 다시 말해 햇빛이 잘 들고 물 빠짐이 매우 잘 되는 곳에 산다는 뜻이다. 자생지의 환경을 살피는 것은 식물을 재배하고 정원을 만드는 일의 기본이며 이를 잘 응용하면 훌륭한 원예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섬바위장대와 같은 고산식물은 워낙에 재배조건이 까다로운 탓에 종자번식이 잘 되기는 하지만 저지대에서 키우기가 수월치가 않다.


    섬바위장대가 자생하는 전석지는 보통 산사태나 경사면이 심한 곳에 침식으로 인해 형성된다. 침식이 일어나 깎여나간 부분은 식생이 거의 없는 나지대가 되고 이러한 척박한 토양에 초기 유입되는 대표적인 식물이 바로 섬바위장대다.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선 개척자들처럼 이러한 식물들을 우리는 개척자식물(Pioneer)이라고 부른다. 구름털제비꽃, 백리향, 좀향유와 같은 식물들이 섬바위장대와 함께 전석지를 개척해나간다.


    그러나 최근 증대된 한라산의 제주조릿대는 식물의 번성으로 인해 다른 식물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조릿대의 특성상 근경이 발달하고 대규모로 군락을 이루어 토양의 침식을 방지하기 때문에 섬바위장대와 같은 고산전석지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는 침식지 복원사업 역시 고산전석지식물의 번성을 막고 있다.


    소규모의 산사태나 침식 등은 자연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들이며 이러한 환경에 오랜 기간 적응되어온 식물들은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며 진화해 왔다. 섬바위장대와 같은 개척자식물들이 들어와 초기식생을 조성하고 나면 이후 시로미와 같은 식물들이 유입되면서 자연은 스스로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나간다. 사람이 한 눈에 살필 수 없는 생태계 전반의 룰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침식지를 복원한다면 전석지에 자생하는 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그만큼 축소되게 된다. 물론 사람이 다니는 산책로 주변이나 위험성이 많은 지역, 그 외 중요한 이유로 반드시 복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위적인 간섭의 제거가 아닌 생태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다. 복원의 단계를 규정하고 그 정도와 방법을 세밀하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2008년 07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