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이야기

생태이야기

곶자왈을 지켜요! 마지막 생명의 보고입니다.

생태이야기

  • 식물 제주희귀식물 한라솜다리

    2008-12-09 14:33:38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4048

  • 주변 잎들 모여서 꽃 역할 대신해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한라솜다리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알프스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끝없는 산맥과 소녀 하이디, 그리고 에델바이스다. 누구나 한번쯤은 흥얼거리며 불러보았을 노래구절처럼 에델바이스는 눈 속에서 피어나는 작고 하얀 꽃이다. 그러나 순수함의 상징인 에델바이스가 우리 가까이에서 피고 지고 있는 것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에델바이스라고 불리는 이 작은 꽃은 국화과의 Leontopodium(레온토포디움)이라고 하는 속의 식물이다. 알프스에 자생하는 종과 조금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몇 종의 Leontopodium속 식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솜다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솜다리, 산솜다리, 한라솜다리 등이 자생한다.
     


    그 중 한라솜다리는 유일하게 한라산 정상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이다. 환경부에서 지정하는 한국고유종(특산종)이며 산림청에서 선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이다.
    한라솜다리(Leontopodium hallaisanense Hand.-Mazz.)는 국화과에 해당하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키가 한 뼘도 되지 않는 작은 식물이다. 잎은 촘촘히 모여 나고 8월경에 꽃을 피우는데 몸 전체가 회백색의 긴 털로 뒤덮여 있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특성이다.
     


    한라솜다리의 털은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식물들이 흔히 갖는 특성이다. 워낙에 춥고 바람이 강한 곳이니 두터운 외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길고 촘촘히 난 털은 바람과 추위를 견디게 해주고 수분증발을 막아주며 여름철 고산의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한라솜다리가 자생하는 곳은 한라산 백록담 서북지역과 선작지왓 일대다. 정상부근에 자생하는 국화과 식물 중 생김새가 비슷한 구름떡쑥이라는 것이 있는데 구름떡쑥이 전석지(자갈밭)에 흔히 분포하는 것에 반해 한라솜다리는 암벽의 돌 틈에 아주 귀하게 자란다. 분포지가 제한적이고 개체수가 적어 식물을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들도 자생지에서 한라솜다리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정도다.
     


    한라솜다리는 섬잔대, 바위떡풀, 제주양지꽃, 솜양지꽃과 같은 고산식물들과 더불어 자생하는데 한라산의 대표적인 고산식물인 암매와 비교해 암매가 축축하고 서늘한 곳에 자생하는 반면 한라솜다리는 햇빛이 바로 내리쬐는 양지의 암반 틈에 자생하는 차이가 있다.
     


    한때 설악산에 솜다리가 유명했던 시절이 있다. 필자도 고등학교 수학여행 시절 설악산에서 솜다리 꽃을 말려 만든 책갈피를 구입한 적이 있다. 건조표본을 만들기가 쉽고 에델바이스라는 홍보효과로 인해 기념품상들이 불법으로 도채하여 상품화한 것이다. 등산객들에게 무분별하게 채집되는 것도 다반사였다. 다행히 80년대 이후부터 종자를 통한 대량번식이 이루어져 그 후로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상품화 되고 있지만 말이다.
     


    한라솜다리의 경우 워낙에 찾아보기가 어려워 도채되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설령 캐가도 고산식물의 특성상 재배조건이 까다로워 키우는데 실패하게 될 테니 아예 엄두를 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한라솜다리의 꽃과 관련된 것인데 얼핏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꽃이 아니라 꽃 주변에 달린 잎들이다. 꽃은 중앙에 작게 두상화가 몇 개 모여난다. 언젠가 소개했던 산딸나무나 약모밀처럼 잎이나 포가 꽃잎의 구실을 하는 경우인 것 같다.
     


    대부분의 고산식물들은 몸집에 비해 꽃이 크고 아름답다. 고산의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크기가 매우 작은데 반해 열악한 환경에서 수분을 해주는 곤충과 같은 폴리네이터를 유인하기 위해 가급적 꽃을 크게 피운다. 한라솜다리의 경우 작은 꽃을 대신하여 주변의 잎들이 꽃 가까이 둥글게 모여나 꽃의 역할을 수행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제각기 각자의 방식으로 삶에 충실한 것이 또한 자연인가 보다.


    2008년 06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