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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제주희귀식물 자주땅귀개

    2008-12-09 14:28:47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646

  • 식물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 필요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 -22] 1100고지 습지의 자주땅귀개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 자주땅귀개는 우리나라 북부 이남과 한라산 1100고지에서 자생하는 식충식물로 목재데크가 설치되면서 광량이 부족해 생육환경에 위협을 받고 있다.


    자주땅귀개는 다 자라면 키가 손가락만한 아주 작은 식물이다. 귀지를 파는 귀이개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땅귀개라는 이름에서도 그 자그마한 생김새가 연상이 된다. 그러나 크기와 달리 이 식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생명을 유지해나간다. 바로 동물을 잡아먹는 것이다.


    자주땅귀개는 식충식물이다. 식충식물은 작은 곤충이나 원생동물을 잡아 거기서 필요한 양분을 흡수하며 살아가는 식물을 말한다. 식물이 동물을 먹는다는 이 역행적인 행태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운 일이 아닌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생물의 자연스러운 생활모습이다.


    식충식물들이 사는 곳은 대게 양분이 부족하고 토양이 매우 산성인 척박한 땅이다. 식충식물도 일반식물처럼 광합성을 하고 뿌리를 통해서 양분을 흡수하지만 이러한 척박한 조건에서는 식물에게 꼭 필요한 질소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그 때문에 작은 곤충이나 원생동물을 잡아 부족한 질소를 보충하는 것이다.


    식충식물에게는 일반 식물들에게 없는 독특한 기관이 있는데 잎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기관을 통해 작은 곤충 등을 포획하고 그 안에서 소화효소가 분비되어 필요한 양분을 흡수한다. 요즘은 식충식물의 독특한 생김새와 생태로 인해 집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많아졌는데 파리지옥, 끈끈이주걱, 네펜데스와 같은 것들은 한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땅귀개종류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하겠지만 우리나라 중부이남의 습지에서 자생하는 식충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땅귀개, 이삭귀개, 자주땅귀개가 있고 그중 자주땅귀개가 천백고지습지에 자생한다.


    자주땅귀개(Utricularia yakusimensis Masam.)는 통발과의 일년초 식물이다. 통발과의 다른 식물들처럼 근경에 좁쌀만한 포충낭이 달려있어 이것을 통해 물속에 원생동물 등을 잡아먹는다. 여름철에 꽃을 피우는데 입술모양 같은 작은 자색의 꽃이 달린다.


    필자가 자주땅귀개를 처음 본 것은 90년대 초반이었다. 천백고지 습지를 탐사하던 중 생소한 형태의 작은 식물을 보게 되었고 너무 작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 땅에 코를 밖을 듯이 하고는 관찰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제주에 땅귀개류의 식물이 있다는 기록이 없어 의아해하면서 제주대학교 김문홍교수님과 대한식물도감을 집필한 이창복박사님께 여쭈어 봤었고 동정 결과 자주땅귀개라는 답을 얻었다.


    자주땅귀개가 자생하는 천백고지 습지는 늘 일정한 수심이 유지되는 곳이다. 용천수가 있어 연중 물이 마르지 않으면서도 암반지대이고 지형이 완만하여 수심이 얕다. 큰 비에도 편평한 지형으로 인해 물이 갑자기 부는 일이 없으니 연중 일정한 수심이 유지되는 안정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요건이 자주땅귀개가 서식하기에 알맞았던 것 같다. 수심의 변화가 심할 경우 자주땅귀개처럼 키가 작은 식물은 생존하지 못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소 염려스러운 것은 최근 천백고지에 설치된 목재 데크 시설물이다.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적으로 가치가 뛰어난 습지를 가까이서 훼손 없이 보기 위해서 자연석 소재를 이용한 목재 데크는 분명 이로운 면이 있다. 그러나 습지라고 하는 독특한 생태적 여건을 고려한다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천백고지는 자주땅귀개를 비롯하여 물부추, 닭의난초, 큰방울새란, 잠자리난초 등의 희귀식물들이 자생하는 곳이다. 이러한 식물들은 크기가 작고 습지식물의 특성상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그러나 데크시설을 할 경우 공사로 인한 피해도 우려될 수 있으나 현재 설치된 목재 데크처럼 높이가 낮은 경우는 데크 하부로 들어가는 광량이 부족하여 데크 하부의 식생이 파손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지면에서 최소1m 이상 높여 데크를 설치해야 측광이 유입되어 데크 하부의 식물들의 생육환경이 유지가 된다. 사람의 입장이 아닌 식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겠다.


    2008년 06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