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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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삼백초
2008-12-09 14:10:45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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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만 발견되는 대표적 여름꽃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21> 삼백초
습지에서도 자생...약재로도 활용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며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다. 큰 비는 아니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것이 꼭 이른 장마 같다. 비가 와서 이동도 어렵고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미루어져 불평이 늘어나는데, 한동안 더위에 지쳐있던 풀들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자기들 세상인 냥 쑥쑥 돋아나온다.
날씨를 대하는 태도가 사람과 식물이 조금은 다른 모양이다. 비를 즐기고 감상에 젖던 낭만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언젠가 얘기했던 필자의 정원에는 지금 꽃창포가 한창이다. 빗물을 방울방울 달고 피어난 보라색의 꽃잎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몇 해 전 씨를 뿌려 둔 것이 여기저기에서 돋아나 자랐는데 그 변이가 다채로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한 곁에서는 섬초롱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고 나리들도 꽃봉오리가 잔뜩 부풀었다. 노루오줌은 하나둘 꽃을 피웠고 삼백초도 뒤질세라 부산하다. 여름을 대표하는 꽃들이 슬슬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삼백초(Saururus chinensis Baill.)는 삼백초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둥근 심장모양의 잎이 어긋나게 달리고 다 자라면 키가 1m정도 되는데 6월과 8월 사이에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필리핀 등지에 자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식물이다
삼백초가 자생하는 곳은 제주의 서쪽 고산이다. 고산 마을 안 연못과 인근 해안가에 자생지가 있다. 습지식물로 수심 50cm이하의 얕은 물가에 서식하는데 일반 토양에서도 생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주변의 밭두렁에도 부분적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규모가 작고 분포지가 워낙에 제한적이어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헌데 희귀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삼백초라는 이름은 꾀 익숙하다. 그것은 삼백초가 워낙에 약용으로 유명한 탓이다. 약재로 쓰거나 차를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번식이 어렵지 없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습지식물인데도 일반 토양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가정에 심어놓은 경우가 꾀 있다. 꽃이 피면 볼만하니 원예용으로도 괜찮은 식물이다.
삼백초라는 이름은 이 식물의 색채에서 유래한다. 뿌리와 꽃이 희고 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잎이 하얗게 변하는데 이렇게 세 부분이 백색이라고 해서 삼백초라고 한다. 개화기에 멀리서 삼백초를 보면 백색의 큰 꽃이 피어난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잎의 색이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삼백초의 잎이 색을 띄는 것은 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삼백초의 꽃은 일반 꽃과 달리 꽃잎이 없다. 삼백초가 속한 삼백초과의 식물들은 이러한 특성을 지니는데 이것을 무판화라고 한다.
개화기 즈음의 꽃 주변의 잎들이 하얗게 변하는 것은 꽃잎이 없어 다소 초라해 보일 수 있는 꽃의 생김새를 보완하여 크고 화려하게 보이게 하는 전략인 것 같다. 다래나무과의 쥐다래라고 하는 식물도 이와 유사한데 쥐다래의 경우는 잎이 분홍색을 띈다.
삼백초와 유사한 식물로 약모밀이라는 것이 있다. 삼백초와 더불어 약용으로 많이 쓰이며 유럽 등지에서는 원예식물로도 유명하다. 가끔 약모밀을 삼백초로 알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데 다른 식물이니 구분하길 바란다.
약모밀의 경우도 무판화로 꽃의 생김새가 수수한데 꽃 주변으로 꽃잎처럼 생긴 화사한 백색의 포가 달려 아름답고 큰 꽃처럼 보인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산딸나무도 이와 같은 경우다. 겉으로는 조용해보여도 식물의 세계에서도 끝없는 경쟁과 생존전략이 치열한 모양이다.
2008년 06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