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이야기

생태이야기

곶자왈을 지켜요! 마지막 생명의 보고입니다.

생태이야기

  • 식물 한라산 산철쭉과 털진달래

    2008-05-06 12:58:40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830

  • 한라산 산철쭉과 털진달래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산에는 꽃피네 /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피네
    소월의 시 산유화의 첫 구절이다. 담고 있는 의미야 어찌되었든 봄에 산을 찾은 사람이면 으레 한번쯤 입에 올려보았을 구절일 것이다. 산에는 참으로 꽃이 한가득 이니 말이다.
    제주의 명산 한라산에는 지금 어떤 꽃이 피어나고 있을까. 4월도 거의 가고 봄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 찾아오는 이 시기 아마도 자주색 치맛자락을 펄럭이는 산철쭉과 털진달래의  꽃잔치가 시작되고 있지 않을까. 초대 받은 손님은 꿀벌왕자와 나비공주려나. 이를 시샘이라도 하듯 사람들은 해마다 5월이면 한라산에서 축제를 벌인다.
     


    철쭉과 진달래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식물이다. 수형이 단아하고 꽃이 아름다워 오래전부터 원예용으로 인기가 좋다. 집에서도 길거리에서도 공원에서도 볼 수 있는 친근한 이웃 같은 식물이다. 철쭉과 진달래는 진달래과의 ‘Rhododendron’이라고 하는 속에 해당하는데 이 속의 식물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예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산철쭉, 진달래, 만병초, 참꽃나무 등이 자생하며 이 중 한라산에 사는 관목류가 산철쭉과 털진달래다.
     산철쭉(Rhododendron yedoense var.poukhanense Nakai)은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지에서 흔히 자라는 관목류이고 털진달래(Rhododendron mucronulatum var.ciliatum Nakai)는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정상부근에 자생한다. 한라산에서는 표고 1400~1500M 이상 지역과 천백고지 습지에서 볼 수 있다. 키는 주변의 지형이나 의지 할 수 있는 암석의 크기에 따라 20cm~2m정도까지 다양하며 4월경에 털진달래가 먼저 꽃을 피우고 5월경에 산철쭉의 잎과 꽃이 피어난다.
     필자가 한창 산을 오르던 대학 시절 봄이면 한라산 윗세오름 주변이 온통 산철쭉과 털진달래 밭이었다. 산에 오를 때마다 여기가 꽃밭이고 천국이고 지상낙원이다 싶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점차 한라산의 고산식물들이 사라져 가고 있고 산철쭉과 털진달래도 예외가 아니다. 한가득 꽃밭이었던 자리가 조릿대군락으로 메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한라산 산철쭉과 털진달래가 다른 지방의 것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고산지역의 강한 바람과 추위에 적응한 결과 가지가 치밀하고 수형이 매우 탄탄하여 그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다. 이것은 비단 산철쭉과 털진달래뿐만이 아니라 한라산의 고지대에 자생하는 수목들의 전반적인 특성이다. 같은 종의 식물도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을 경우 오랜 시간 처해있는 환경에 적응해나가면서 형태적으로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한라산 산철쭉과 털진달래의 이러한 특성은 원예적 가치로 이어진다. 우선 분재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고 정원용 수목으로 인기가 좋다. 특히 암석을 이용한 정원형태인 Rock Garden에 유용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한라산 산철쭉과 털진달래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품종화한 사례가 없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산철쭉과 털진달래를 개량하여 품종화한 사례들이 많다. 특히 한라산 털진달래의 경우 제주진달래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이를 이용한 다양한 품종들이 개발되어있어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그 정보를 구할 수가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식물자원을 엉뚱하게도 다른 나라에서 먼저 상품화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안타까운 사례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산철쭉과 털진달래는 번식이 어렵지 않은 식물이다. 씨앗을 뿌려 쉽게 대량번식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한라산 종들의 독특한 형질이 그대로 유지되어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른 종과의 교배를 통해 좋은 품종들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희귀식물의 현지 내 보존만큼 중요한 것이 이용적인 측면이다. 다양한 방면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식물자원을 널리 알리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라산의 경우 산철쭉과 털진달래 이외에도 독특한 환경에 적응한 수형과 생태적 특성을 지니는 자원가치가 높은 식물들이 많이 있다. 합법적인 선 안에서 현지 외 보존 및 번식, 품종 개발 등을 통해 대량증식하고 상품화한다면 경제적인 이익과 더불어 불법도채를 막는 길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08년 04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