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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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안덕계곡의 개톱날고사리제주도에만 한정적으로 분포
2008-04-08 09:12:44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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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141] 안덕계곡의 개톱날고사리제주도에만 한정적으로 분포
목련이 한창이더니 며칠 전부터는 올벚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원추리는 한뼘이 넘게 올라와 자랐고 털진달래도 한가득 꽃을 피웠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반가운 손님, 봄이 온 것이다.
1995년 봄, 필자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 있다. 당시 필자는 안덕계곡에서 양치식물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안덕계곡은 상록활엽수림이 울창하고 연중 물이 흘러 공중습도가 높은 곳으로 천지연, 돈네코계곡 등과 더불어 다양한 양치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지느러미고사리, 쪽잔고사리, 수수고사리, 주름고사리 등 희귀한 양치식물이 집단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안덕계곡은 전날 비가 많이 온 탓에 계곡물이 불어있었다. 가까스로 수면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면서 조사가 이어졌고 그러던 중 오래된 대나무 숲에 이르게 되었다. 민가와 인접한 곳으로 사람에 의해 식재된 맹종죽(대나무의 일종)이 시간이 흐르면서 크게 번성한 듯 했다. 헌데 그 대나무 숲 아래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고사리 100여본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이제 막 새순이 펴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진홍색을 띤 어린잎과 잎자루, 잎 뒷면에 아직 채 익지 않은 연록색의 포자낭, 너무나 신비로운 색감과 형태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봄기운을 타고 돋아나는 생명이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말려있던 여린 잎이 붉은 빛을 띠며 펼쳐지는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도 멋진 광경이었다. 그것이 문헌상으로만 전해오던 식물 바로 개톱날고사리와의 첫 만남이었다.
개톱날고사리(Athyrium sheareri(Baker) Ching)는 면마과 개고사리속에 해당하는 상록성 양치식물로 잎이 50cm 정도의 중소형 고사리이다. 뿌리줄기는 가늘고 길며 땅속으로 뻗어 번성하고 잎은 깃 모양으로 갈라진다. 잎 가장자리는 톱니모양으로 두 번 잘게 나누어지는 특징이 있는데 그 생김새가 톱날고사리(주름고사리)와 유사하여 개톱날고사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개톱날고사리는 제주도가 보호하는 34종의 식물 가운데 하나로 국내에서는 제주도에만 한정적으로 분포한다. 또한 개체수가 워낙 적어 희귀식물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는 도내에서도 안덕계곡과 극히 일부의 곶자왈 안에만 자생지가 있다.
식물도감 상에 개톱날고사리의 자생지는 하나같이 상록활엽수림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때문에 개톱날고사리를 찾기 위해 계곡의 난대림 내부만 누비고 다닌 기억이 있다. 하지만 필자가 처음으로 개톱날고사리를 발견한 곳도 상록활엽수림이 아닌 대나무 숲이었고 그 후 또 다른 서식처를 찾아내면서 이 식물은 어두운 상록활엽수림 내부보다는 햇빛이 부분적으로 들어가는 숲 가장자리나 상록수와 낙엽수가 혼생하는 곳에 서식하는 빈도가 더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자생지 환경에 대한 세밀한 연구와 기록이 이어져야 할 것 같다.
해마다 봄이 되면 필자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종의 발견이 갖는 의미도 있지만 좋은 사람과의 기분 좋은 첫 만남처럼 가슴 뛰는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곳곳에서 희귀식물들이 위험에 처해있는 이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이런 봄날의 설레임이 계속되기를 꿈꿔본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묵묵히 해나가야 할 일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2008년 0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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