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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섶섬(森島)의 파초일엽무분별한 도채로 자생지 훼손

    2008-03-28 08:22:30
  • 작성자연구대상 () 조회수3918

  • [김봉찬의 제주 희귀식물]


    섶섬(森島)의 파초일엽무분별한 도채로 자생지 훼손



     서귀포시 보목동 해안에서 남쪽으로 450m가량 떨어진 곳에 ‘삼도(森島)’라고 불리는 섬이 있다. 숲이 무성하다하여 제주사람들은 이곳을 숲섬 또는 섶섬이라고 부른다.



     섶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다. 그러나 나무가 자라고 새가 날아드는 생명의 섬이다. 보목 해안에서 섶섬을 바라보면 얼핏 가파른 돌섬 같지만 실제로 그곳에 가보면 난대림이 울창하여 미지의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그 중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토양층이 발달한 북사면의 경우 구실잣밤나무를 비롯하여 담팔수나무, 좀굴거리나무, 후박나무 등 제주도에서도 해안 지역의 난대림에서나 볼 수 있는 상록활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게다가 숲속에는 섬잔고사리, 주름고사리, 손고비 등 희귀한 난대성 양치식물이 집중적으로 서식하여 장관을 이룬다.
     파초일엽(Asplenium antiquum Makino)은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생김새가 ‘파초’와 비슷하여 이름 붙여진 이 식물은 꼬리고사리과의 다년생식물로 잎 길이가 1m에 달하며 숲속에 지생(地生)하거나 바위틈이나 나무겉에 붙어 자라기도 한다. 그 모양이 아름답고 신비로워서 일찍부터 세계적인 관엽식물로 인기가 좋다.
     파초일엽은 일본과 대만 등지의 아열대 지역에 흔히 자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섶섬이 유일한 자생지이다. 더욱이 자생지 내에서도 매우 희귀하게 분포할 뿐만 아니라 이곳이 파초일엽의 분포상 북한계라는 점에서 식물지리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때문에 섶섬의 파초일엽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18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역사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섶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962년 이후 무분별한 도채로 인해 파초일엽은 한때 자생지에서 멸종되었다. 그 후 1978년에 한국자연보존협회와 서귀포시에서 몇 차례에 걸쳐 자생지 인근에서 채집하여 키우고 있던 개체를 모아 복원하게 된다.



     그러나 이 또한 도채되거나 자생지에 적응하지 못하여 1990년대 중반 조사결과 생존하고 있는 것은 5개체가 전부였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그마저도 섶섬의 고유한 혈통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였고, 1997~98년에 문화재청에서 5개체를 대상으로 유전적인 조사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안타깝게도 이들 5개체는 제주도산과 더불어 대만과 일본산 파초일엽이 섞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001년에 문화재청과 서귀포시청에서는 외국산으로 판명된 개체를 모두 제거하고 섶섬의 고유한 유전자를 가진 파초일엽 30년생 56주와 10년생 100주를 재 복원하기에 이른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최근에는 다행히 예전처럼 도채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일부 개체가 서식처에 적응하지 못하여 현재 30년생 20개체가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생존한 개체의 잎 길이가 1m이상씩 자랄 만큼 생육상태가 양호하고 특히 포자번식이 활발히 이루어져 잎 길이 10cm 까지 성장한 새로운 개체들이 관찰된다고 하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파초일엽의 일대기는 개인적인 욕심에서 비롯된 어리석음과 뒤늦은 수습의 연속으로 벌어진 웃지못할 해프닝이기도 했다. 이는 섶섬뿐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인간의 터전에서 벌어지는 자연과 인간의 대치현상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누누이 언급하는 이야기이지만 첫째, 무단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자원의 불법도채금지, 둘째, 보호와 복원을 위한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셋째, 지역주민의 관심과 선진적인 의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먼저 자연 앞에서 고개 숙이는 겸손과 함께하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그 곳 섶섬에 사는 식물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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