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이야기

생태이야기

곶자왈을 지켜요! 마지막 생명의 보고입니다.

생태이야기

  • 식물 보전 법적근거 없어 도채꾼 표적으로

    2008-01-16 15:07:44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441

  • 자생지인근 곶자왈 관통 농로 개설 - 빌레나무, 법정보호식물 지정 필요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 빌레나무 꽃
     
    산양곶과 빌레나무(천량금)
     2003년 7월. 필자와 도내 모 일간지의 곶자왈탐사팀에서 당시까지 보고된 적이 없는 미기록속(屬)의 아열대성 목본식물을 발견하여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 적이 있었다.
     ‘가칭 천량금’이라고 불렀던 이식물은 자금우과의 상록관목으로 한경면 산양리 산양곶자왈 내에서 20개체 가량이 발견되었다.
     식물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미기록 식물을 발견한다는 것은 일생에 몇 번 안 되는 특별한 경험이다.
     당시 산양곶은 울창한 난대림과 독특한 지형으로 인해 새로운 식물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었다. 사실 산양곶의 외부는 그저 평범하기만 했다. 민가와 가깝고 외부에서 보기엔 종가시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일반적인 곶자왈숲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숲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변화무쌍한 함몰지형과 융기지형이 수십개씩 연결되어 마치 달 표면을 연상시켰고 수많은 바위 사이에는 기이하게 뿌리를 내린 상록활엽수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환경부지정 법정보호식물인 개가시나무를 비롯하여 녹나무의 집단 자생지, 밤일엽군락, 큰우단일엽, 숫돌담고사리, 백서향 등 다양한 희귀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사가 시작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난생 처음 보는 식물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것이 빌레나무와의 첫만남이었다.


    △분포와 생태
     



    ▲ 빌레나무 자생지
     
     빌레나무는 산양곶 중에서도 종가시나무를 중심으로 후박나무와 육박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울창하여 한여름에도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난대림 내에 자생한다. 특히 공중습도가 높은 곶자왈의 함몰지대나 그 사면을 선호한다. 흔히 더부살이고사리, 밤일엽, 쇠고비, 자금우 등과 같은 난대성 초본식물과 함께 살아간다. 
     빌레나무는 매년 씨앗이 잘 달리는 것으로 보아 유성생식으로 번식을 하나 무성생식으로 개체를 늘리기도 한다. 목본식물에 있어서 무성생식은 흔치않은 일이지만 빌레나무는 줄기 끝이 늘어져 지면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여러 개체라 할지라도 동일 군락내에 자생하는 개체는 동일한 유전형질일 가능성이 높다.
     빌레나무는 암수딴그루의 자금우과(科)의 상록성 소관목으로, 얼핏 보면 제주도 남부지역에 흔한 ‘남오미자’라는 식물과 유사하게 생겼다. 하지만 긴 타원형의 잎이 엇갈려 나고, 나무의 높이는 1m 정도로 줄기 끝이 지면으로 늘어진다. 유사종으로는 난대림의 대표 식물인 자금우, 산호수, 백량금 등이 있으나 이와는 엄연히 속(屬)이 다르고 꽃은 황백색으로 4월에 핀다.
     일본에서는 난대와 아열대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제주도가 분포 북한계인 식물이다.


    △위협요인 및 보존대책
     빌레나무가 발견된 후 4년 동안 주변지역을 조사했으나 지금까지 확인된 개체는 총 100본을 넘지 않는다.
     이처럼 희귀한 목본식물은 법정보호식물 중에서도 서귀포 남쪽 계곡에만 자생하는 무주나무 정도이며 그토록 희귀하다는 만년콩이나 죽절초보다도 개체수가 적다.
    빌레나무의 이용가치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거의 없다. 그러나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 상록관목이며 꽃이 좋은 탓에 관상용으로 가치가 높아 도채꾼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직 법정보호식물로 지정되지 않아 이를 보존할만한 마땅한 법적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실례로 빌레나무 자생지와 불과 15m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곶자왈을 관통하는 농로가 개설되어 있다. 당시 농로의 선형이 조금만 변형되었어도 빌레나무 자생지는 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또한 이러한 후미진 농로는 몰래버리는 쓰레기가 쌓여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주변이 오염되어 민감한 식물을 고사시킬 수 있다.
     빌레나무는 희귀성으로 보아 분명 멸종위기식물 범주에 속하는 식물이다. 특히 자생지를 위협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도사리고 있어서 제주특별자치도와 환경부 등 관계당국은 추가로 빌레나무를 법정보호식물로 지정해야 한다.
     또한 체계적인 자생지 조사와 더불어 시급히 보존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증식대책을 강구하여 만약에 훼손된 자생지가 있으면 즉시 복원 할 수 있도록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World Natural Heritage) 등재에 이어 지질공원(Geo Park, 지구공원) 지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의 오름과 화산동굴 등의 생성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곶자왈이 세계자연유산에도 제외되어 아쉬운 점이 많았다.
     더구나 이번 지질공원의 지정 계획에 있어서 후보에 조차 거론되지 않는 다는 것은 아직도 곶자왈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김봉찬 / 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 산양곶의 밤일엽 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