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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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영어전용타운 예정지가 개가시나무 자생지

    2008-01-16 14:53:03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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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 개가시나무 꽃
     
    개가시나무
     제주어로 가시낭은 가시가 있는 나무가 아니라 도토리가 달리는 상록성 참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도내에 자라는 참나무는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등 10여종에 이르며 그 중 상록성 참나무는 개가시나무를 비롯하여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4종류가 있다. 제주에서는 흔히 이것을 구분 없이 가시낭이라고 통칭한다.
     가시낭은 제주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추위에 약해 중부지방에서는 자랄 수 없지만 남해안이나 완도, 울릉도 같은 따뜻한 섬 지방에는 자생한다. 하지만 분포면적이나 종류에서 단연 제주도가 으뜸이다.
     가시낭 중 종가시나무와 참가시나무는 난대림에서도 가장 따뜻한 천지연, 선흘곳, 산양곶, 화순곶에 대군락을 이룬다. 그리고 붉가시나무는 난대림에서도 가장 높은 표고 500~600m 정도인 수악계곡 등에 분포하며 구실잣밤나무와 함께 무리를 짓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번에 소개하려는 개가시나무는 좀처럼 군락을 이루지 않는 나무이다.
     개가시나무를 제외한 다른 종들은 난대림을 구성하는 우점종으로서 중심목 역할을 하나 개가시나무는 숲의 가장자리에 매우 드물게 서식한다. 또한 잎 뒷면에 갈색털이 밀생하는 점이 다른 가시나무와는 확연히 구분되며 특히 도토리가 가장 작고 잎 뒷면 털이 지저분하게 보여 개가시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다.
     개가시나무가 우리나라에 기록된 시기는 1900년대 초다. 기록에 의한면 국내에서는 제주도에만 자생한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제주도 어디에 어느 정도 자생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없어 후학들이 쉽게 확인하지 못했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개가시나무를 미확인 식물로 간주하여 슬그머니 국가식물목록에서 제외하는 이도 있었을 정도였다.
     1990년 봄. 저지곶에서 개가시나무(Quercus gilva)와 처음 만났다. 멀리 곶자왈 속 연녹색의 종가시나무 숲 사이에서 유난히 회색빛으로 빛나는 나무 하나가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종가시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잎이 보다 좁고 날카로운 톱니가 있으며 특히 잎 뒷면에 갈색털이 밀생하고 있었다. 분명 말로만 듣던 개가시나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개가시나무의 수피(나무껍질)는 잘게 갈라지고 특히 오래된 수피는 너덜너덜하게 떨어지기도 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
     곶자왈의 난대림은 상록활엽수가 워낙 빽빽이 들어차 한낮에도 식물을 분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개가시나무처럼 교목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상록활엽수림 속에서 10m이상 자라는 개가시나무를 확인 하자면 나무의 전체 형태가 보이지도 않고 더더욱 나무마다 올라갈 수도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
      때문에 개가시나무의 갈라지는 수피의 독특한 특징은 현장에서 개가시나무를 확인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 개가시나무 열매
     
    ▶분포와 생태
     세계적으로 개가시나무는 제주도를 비롯하여 중국 남부, 대만, 일본 등지의 난대지역에 분포한다. 특히 일본남서부의 저지대에는 종가시나무림과 함께 대표적인 상록활엽수로 집단으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일부 곶자왈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서귀포시 1그루, 선흘곶자왈 3그루, 월림-신평 곶자왈 지대 100여 그루 내외이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개가시나무는 비교적 햇빛이 잘 드는 종가시나무림의 가장자리에서 많이 발견된다. 간혹 숲속에서도 발견되지만 서식빈도가 낮고 특히 자생지 주변에서 씨앗으로 발아한 어린 유묘가 거의 없거나 있다하더라도 생육상태가 불량하다. 그러나 숲 가장자리나 숲속이라 할지라도 햇빛이 잘 드는 환경에서는 비교적 발아가 잘되고 유묘의 빈도도 높다.
     이러한 서식환경으로 볼 때 개가시나무는 양수이거나 반음수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녹나무도 개가시나무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즉 생태학적으로 개가시나무는 녹나무와 함께 난대남부의 극상림으로 천이되는 상록활엽수림의 중간 2차림에서 주된 수종이라 할 수 있다. 


    ▶위협요인 및 보존대책
     개가시나무는 관상이나 약용 등의 가치가 알려지지 않아 자연에서 도채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만 법정보호식물인 개가시나무에 대한 무지로 인해 잘라버리거나 가지를 훼손하는 사례가 간혹 목격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곶자왈을 초지로 개간하거나 대단위 시설을 조성하는 경우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하고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 일대의 제주영어전용타운조성 기본방안이 나왔다. 제주영어전용타운의 계획부지는 대부분 난대림이 발달한 곶자왈 지대로 그 규모가 420여만㎡에 이른다. 특히 이곳은 희귀식물이며 환경부법정보호식물인 개가시나무의 자생지여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지금까지 제주영어전용타운 계획지를 조사한 곶자왈사람들에 의하면 개가시나무는 구억리 산1번지 일대 9주, 보성리 산 1번지 일대 6주 등 총 15주가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조사는 제주영어타운 계획부지 면적이 워낙 방대하여 구억리와 보성리 산 1번지를 중심으로 실시된 것으로서 앞으로 조사가 좀 더 이루어지면 추가로 개가시나무의 자생지가 확인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영어전용타운을 계획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로서는 개가시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지역을 원형보존하거나 이를 이식하는 대안을 내겠지만 개가시나무 자생지가 고립되거나 천연성이 없어지는 것은 식물종 보존에 있어 지대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김봉찬 / 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