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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솔잎란 자생지 보존에 대한 관심 ‘절실’

    2008-01-16 14:49:37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3682

  •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 솔잎란.
     
    솔잎란
     깎아지른 절벽에 붙어 자라는 작고 희귀한 양치식물. 그 모습이 솔잎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송엽란(松葉蘭). 바로 솔잎란이다.
     솔잎란은 제주와 중국, 일본 남부를 비롯하여 미국 플로리다와 하와이 그리고 호주의 아열대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양치식물이다. 하지만 국내 자생지는 제주도가 유일하며 자생지 내에서도 개체수가 적어 법정보호식물로 지정된 종이다.
     솔잎란은 암벽에 붙어사는 대표적인 착생식물이다. 암벽 중에서도 햇빛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자생하는데 강렬한 햇빛과 극도의 건조에도 생존할 수 있도록 적응한 지구상의 몇 안 되는 식물 중 하나이다.
     솔잎란은 고생대에 출현한 양치식물로 관속식물 중 가장 하등한 분류군에 속하며 잎도 뿌리도 없이 오직 녹색 줄기가 전부인 식물이다. 이런 독특한 형태적 특징은 암벽이라고 하는 혹독한 자생환경에 적응한 결과인 듯싶다.
     솔잎란이 자생하는 암벽은 비가 올 때를 제외하면 늘 메말라있어서 수분조건이 매우 열악하다. 그 때문에 수분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형태가 변했을 것이다.
     잎은 식물에게 광합성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증산작용으로 인한 수분손실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가는 녹색줄기에 의지해 광합성을 하고 잎은 퇴화되었다.
     뿌리는 흙 한 줌 없는 좁은 암반 틈에서 자라기 어렵고 자란다고 하더라도 옆으로 뻗기 어려움에 따라 그 또한 퇴화한 것으로 보인다.


    △분포와 생태
     솔잎란은 제주에서도 연평균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은 서귀포 계곡의 주상절리대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효돈천 하류는 국내 최대의 자생지로 하례리 걸서악과 한지내콤 구간에서 쉽게 솔잎란을 만날 수 있다. 효돈천 하류는 계곡이 깊고 절벽이 발달한데다 특히 계곡 바닥이 불투수성인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항상 물이 고여 있기 때문에 공중습도가 높아 착생식물인 솔잎란이 서식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된다.
     천지연과 그 주변, 섶섬, 제제기오름, 산방산, 안덕계곡, 엉또폭포 등도 솔잎란의 자생지이다. 그러나 효돈천 하류에 비해 개체수가 적고 빈약하다. 하지만 서귀포에는 해안이나 계곡에 주상절리가 발달했기 때문에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자생지가 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시의 경우는 자생지가 많지는 않지만 안덕계곡과 김녕해안에 솔잎란이 자란다.
     특히 김녕해안의 자생지는 다른 곳과는 달리 해수면과 인접한 곳으로 제주도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솔잎란 분포의 북방 한계선으로서 식물지리학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된다.


    △솔잎란의 포자번식


     솔잎란은 포자로 번식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양치식물과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첫째 솔잎란 포자는 어두운 곳에서만 발아하는 특징이 있다. 포자가 햇빛에 노출되면 발아하지 못하고 땅속에 묻히거나 다른 식물의 뿌리에 가려져야 비로소 움트기 시작한다.
     둘째 발아한 전엽체는 땅속에서 자라며 심장형이 아닌 관상(Tubular)이다. 또한 반드시 군근균의 일종인 ‘미크로잘 공생균’(Mycorrhizal fungus)에 감염되어야 성장할 수 있다.
     군근균에 감염된 솔잎란 전엽체는 녹색을 띠지 않고 정자를 만드는 장정기와 난자를 만드는 장난기가 생성된다. 장정기에서 형성된 정자는 운동성이 있어 난자로 헤엄쳐 가서 수정하게 된다.


    △솔잎란 정자의 비밀


     그러나 여기에도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자연의 놀라움이 있다. 땅속에 묻혀있는 솔잎란 전엽체에서 나온 정자가 어떻게 난자까지 이동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양치식물의 성숙한 난자는 물기가 있으면 말산이나 초산 등 유도물질을 분비하여 정자가 쉽게 난자를 찾을 수 있게 유인한다.
     그러나 솔잎란의 경우 전엽체가 땅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경우가 조금 다르다. 물론 자생지 환경으로 보아 솔잎란 전엽체는 땅 속에 깊게 묻히지 않으므로 물기가 조금만 있다면 전엽체가 지면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 가파른 암벽에서 물길을 거슬러 올라 난자로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눈에도 보이지 않은 작은 솔잎란 정자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추진력과 흡착력이 요구된다.
     특히 솔잎란 정자는 12개의 꼬리가 한 방향으로 달려있는데 가늘고 길며 중간에 한번 꼬인 듯한 모양이어서 이동의 제약이 많은 형상이다. 학계에서도 솔잎란 정자의 추진력과 이동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없어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위협요인 및 보존대책
     최근 제주도수목시험소(소장 김철수)에 따르면 한라산 북쪽지역에서 유일한 자생지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시 애월읍 무수천 계곡에 자라는 솔잎란 20여개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그동안 자생지로 알려진 서귀포시 섶섬과 제주시 구좌읍 두산봉에서도 솔잎란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모두 도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솔잎란을 관상으로 키우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일본에서 수입하기도 하지만 자생지에서 채집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불법도채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법정보호식물인 솔잎란의 자생지 보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동시에 대량증식과 원예용 식물로의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한 건전한 원예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줄기 전체가 황금색을 띠는 등 다양한 원예품종이 개발되어 대량으로 재배, 보급되고 있다. 우리도 중요한 식물자원의 현지 내 보존과 더불어 품종개발을 통한 원예시장의 양성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김봉찬 / 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