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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한라산 고산지대에 자라는 전설속의 식물 시로미

    2008-01-16 14:42:46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4417

  • [기획/연재]김봉찬의 제주 희귀식물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시로미
     시로미는 한라산 고산지대에 자라는 전설속의 식물이다. 중국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서귀포를 찾았던 ‘서불’이 영주산 즉 지금의 한라산에서 불로장생의 약으로 여겨 구해 간 것이 바로 시로미였다.
     제주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시로미를 귀한 산열매로 여겨 생식을 하거나 차나 술을 담가 먹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8~9월이 되어 촘촘한 잎 사이로 달린 콩보다 작은 열매를 부지런히 따는 사람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시로미는 한라산 장구목, 진달래밭 대피소, 선작지왙, 윗세오름 등의 고산초원에 군향나무 군락과 함께 융단처럼 덮여 있어서 시로미를 밟지 않고서는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분포와 생태
     국내에 자생하는 시로미는 1911년 일본학자 Nakai에 의해 한라산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그 후 백두산이나 관모봉 등에도 자란다고 알려졌는데 식물지리학적으로 한라산에 시로미가 자생한다는 것은 의외의 사실이다. 원래 시로미는 일본과 중국 동북지방, 사할린, 캄차카반도, 동시베리아 등과 같은 수목한계선의 극한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주극식물로 한반도의 중남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종이기 때문이다.
     북한지역의 백두산이나 관모봉은 시로미의 주 자생지로 알려진 중국 동북지방과 시베리아 및 사할린과 인접하여 기후적으로나 식생학적으로 연계성이 높아 시로미의 서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라산의 경우 한반도와 해양으로 격리되어 있으며, 특히 백두대간을 잇는 설악산과 지리산 등 남한지역의 고산지역을 건너 뛰어 한라산에만 자생하기 때문에 식물 분포상 연계성이 적고 지리적인 이격거리가 너무 멀다.
     그러면 동북아 북부의 극한지역에만 자생하는 시로미가 어떤 연유로 한라산에 서식하는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기에 특정지역에 분포하는 식생은 거의 변함이 없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세월의 흐름과 지구 기후의 변화에 따라 식생은 매우 역동적으로 변하며 그 결론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라산의 시로미와 같은 고산식물도 마찬가지다. 불과 15,000년 전 최후빙하기가 끝날 무렵 제주도의 해안지대는 지금의 백록담과 기온이 비슷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당시 기후를 예측하면 한라산 고산지대는 동토로 변하여 만년설로 뒤덮여 있었을 것이고 현재 서귀포나 제주시 주변에 발달한 난대식물들은 생존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신 한라산 고산지대의 구상나무와 시로미, 암매와 같은 주극식물이 번성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최후 빙하기에는 해수면의 높이가 약 150m정도 낮아 한반도는 물론 일본열도까지 연육된 하나의 대륙이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저지대 또한 한대북부의 기후로 한대의 고산식물이 번성하여 제주와 일본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형상이었을 것이다.
     현세의 간빙기로 접어들면서 지구가 점차 따뜻해짐에 따라 표고가 낮아 피난처가 없는 한반도 중남부지역에서는 고산식물들이 모두 사멸하였고 남한 최고봉인 제주도 한라산에만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한라산에 시로미가 자생하는 것은 제주도는 물론 한반도 및 시베리아 등 동북아의 식물 분포와 이동을 밝혀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협요인 및 보존대책
     그러나 최근 한라산에서 시로미가 급격히 줄어들어 법정보호식물로 지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년전 까지만 해도 한라산 고산지대에 융단처럼 덮여있던 시로미 군락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제주조릿대만 가득해지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최근 지속되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자연스런 식생의 변화로 간주되어 이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미미한 실정이다. 물론 지구 온난화는 세계적으로 고산식물이 희귀식물로 전락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하게 하는 주범이다. 그러나 필자는 시로미 군락이 사라지는 원인을 지구온난화로만 보지 않는다.
     백두산이나 시베리아 등 동북아의 전형적인 고산지대와 달리 한라산의 고산식생은 형성 원인이나 발달과정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수백년 동안 지속된 방목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한라산의 고산식생을 형성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시로미군락의 사멸을 자연적 원인으로만 치부하여 방치하지 말고 국가적 차원의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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