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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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제주 자생란 보존대책 하루빨리 수립해야"
2008-01-03 12:23:12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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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상용으로 재배된 가장 오래된 식물은 자생란이다. 특히 동양란은 잎이 단아하고 꽃이 고아 사람들에게 매우 귀하게 여겨진 식물이다.▲ 한라새우란 그러나 3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부터 아마존의 열대우림까지 희귀한 자생란을 채취하기 위한 사람들의 손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인류의 각별한 사랑 때문에 오히려 많은 자생란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 제주 한란▲ 제주 한란 제주도에는 100여종이 넘는 자생란이 자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란이다. 1960년대 까지만 해도 한란은 주자생지인 한라산 남쪽 계곡의 곰솔림이나 상록활엽수림 가장자리는 물론 억새밭에 까지도 군락을 이루며 자생할 만큼 개체수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30~40년간 제주 한란이 유명세를 타며 무분별하게 도채되어 지금은 거의 절멸상태에 놓이게 됐다. 최근까지 자생지에서 꽃이 필 만큼 성숙한 개체를 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하니 문제가 심각하다. 다행히 자생지에 철책과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보호한 후로부터는 매년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고 생육상태 또한 매우 좋아졌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희귀식물 자생지를 보호하기 위해 철책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다소 경직되고 미관상 좋지 않아 보일 수는 있지만 희귀식물의 멸종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란 자생지의 사례에서 보듯 제주고사리삼과 같이 서식처가 매우 한정되어 있고 개체수가 적은 희귀종의 경우에는 그 보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 착생란
한란 다음으로 자생지가 위협받는 제주의 자생란은 나도풍란, 풍란, 지네발란 등을 비롯하여 콩짜개란, 혹란초, 비자란 등 바위나 나무에 붙어사는 착생란이다. 특히 법정보호식물로 지정되어 있는 나도풍란과 풍란은 이미 도내 자생지에서 거의 볼 수 없게 되었고, 지네발란은 산방산과 안덕계곡 등 극히 일부지역에만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비교적 개체수가 많다고 알려진 콩짜개란과 혹란초 및 비자란 또한 지속적으로 채집되고 있어 법정보호식물로 지정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새우란▲ 새우란 현재 제주도 자생란 중에서 무단도채가 가장 많은 종은 새우란(Calanhre)류이다. 도내에는 봄에 자색이나 갈색 꽃을 피우는 새우란, 노란색의 금새우란, 새우란과 금새우란의 자연교잡종인 한라새우란 및 여름철에 꽃이 피는 여름새우란 등 5종이 자생하고 있다. 새우란류는 꽃이 곱고 변이가 심하여 인기가 많은데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새우란은 자생지에서 채집된 것이다.
새우란의 최대자생지는 곶자왈이다. 저지곶, 선흘곶, 교래곶 등이 대표적이며 특히 교래곶의 경우 새우란과 금새우란이 많고 국내 유일의 한라새우란 집단 자생지로 알려지면서 도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라새우란은 새우란 중 가장 꽃이 다양하고 화려하여 도채꾼이 선호하는 자생란이다. 현재 교래곶의 한라새우란은 그 수가 현저히 감소되었으며, 이런 추세라면 얼마되지않아 한라새우란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한란과 같은 속(屬) 식물인 죽백란과 대흥란 및 지난번에 소개했던 으름난초 등이 법정보호식물로 지정되어 있고 특산속식물로 자생지가 재확인되지 않는 두잎약난초와 애기천마 등은 아직 기초 연구 자료가 부족하나 분명 매우 희귀한 자생란으로 분류될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환경부와 산림청 등 유관기관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사라지고 있는 자생란의 체계적인 보존방법을 강구하고 복원사업 등 다양한 보존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산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자생란을 사랑하는 현명한 방법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김봉찬/(사)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