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30일 정기탐사 대상지는 백약이 오름과 그 일대의 수산곶자왈입니다.

- 신해주 회원님의 글을 실었습니다. 회원님 수고하셨습니다.

백약이 오름

백약이 오름은 비고 132m의 스코리아 콘으로 100가지의 약초가 자생하는 데서 백약이 오름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경사는 보통정도지만 훼손된 등산로가 미끄러워 오르내리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백약이 오름의 원형 굼부리 내로 들어가면 듬성듬성 어우러진 소나무들 사이로 용암연(Lava Pond)의 흔적이 보입니다. 이곳 용암연에 모여 있던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곶자왈은 수산리 마을까지 좁은 폭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용암연을 이루고 있던 용암은 화산체의 하부를 뚫고 아래로 흘러내려 수산곶자왈을 형성하였습니다. 화산활동이 일어날 때 스코리아(송이)가 흘러내려 알오름으로 불리는 암설사태층을 형성하기도 하고, 또 오름 사면을 뚫고 용암이 빠져나간 경우에는 그 빈 공간 위의 굼부리 일부가 함몰되어 굼부리 능선을 싸인 곡선으로 변하게도 합니다.

백약이 오름과 같이 대부분의 오름은 화도(火道)였던 중심 부분이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스코리아 콘에서는 가스가 포함된 마그마가 폭발적으로 분화하며 스코리아를 만들던 것이 가스가 빠져나간 후에는 용암으로 분출되면서 화산체의 중심부를 용암으로 채우게 됩니다. 오름에서 이러한 내부구조를 보는 것은 쉽지 않지만 파도와 바람으로 인해 침식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해안가 일부 오름에서는 용암으로 된 오름의 화도를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며, 섭지코지 앞 해상에 서 있는 ‘선돌’과 차귀도의 ‘장군석’이 그 한 예입니다.

백약이 오름의 식생

둥글레와 족도리풀

오름 사면에서 초지에서는 보기 어렵다는 둥글레와 족도리풀이 보입니다. 이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과거 이곳에 나무로 우거진 숲이 있었다는 증거로, 목초지 조성을 위하여 나무를 벌채하고 불 태웠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잃어버린 이들은 성장과 번식이 쉽지 않아 다시 숲이 만들어지기만 기다리며 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둥글레는 지금의 환경에 적응이 완료되었는지 오름 사면으로부터 서편 정상에 이르기까지 산발적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각시붓꽃

이른 봄 다른 풀들이 자라기 전에 지름 4~5cm정도의 자주색 꽃이 피는데, 꽃이 필 때의 잎은 화경과 길이가 거의 같고, 꽃의 크기에 비해 키가 작아 보입니다. 꽃이 진 다음 열매가 달리면서 성장하기 시작해 길이 30cm 정도까지 자랍니다.

곰솔

굼부리 내부에는 넓은 지역에 곰솔이 자라고 있습니다. 곰솔의 억센 잎은 짙은 녹색이고 수피는 흑갈색입니다. 자색(紫色) 암꽃은 나무의 높은 곳에 모여 나며, 나중에 솔방울로 자랍니다. 아래에 피는 수꽃은 긴 난형으로 송화가루를 잘 날리도록 공기주머니를 두 개씩 지니고 있습니다. 송화가루는 바람에 쉽게 날려 흩어지므로 수분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수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상산나무

분화구 바닥의 경계면에서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분화구 바닥은 사면으로부터 물이 충분히 공급됨으로서 초지식생과는 다른, 깊은 숲 속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냄새를 가지고 있는 상산나무도 그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즙을 내어 해충 방재와 재래화장실의 냄새와 벌레를 없애는데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어긋나는 잎은 도란형이며, 밝은 녹색으로 광택을 가지고 있습니다. 황록색 꽃은 잎이 아직 어린 시기인 4~5월에 잎겨드랑이에 달립니다. 이가화로서 수꽃은 총상화서로, 암꽃은 하나 씩 달리고 꽃잎과 꽃받침은 각 4장입니다.

백약이 오름의 정상에 서면 분화구 안의 풀밭이 초록색 부분과 황갈색 부분으로 확연하게 구별됩니다. 갈색 부분은 제주도 고유의 풀이 나있는 곳인데, 사면의 경사가 급해 트랙터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에 목초지 조성으로부터 제외된 곳입니다. 인간의 인위적인 간섭으로 식생이 교란되긴 하였지만 모든 식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고 각시붓꽃과 같이 바뀐 환경을 더 좋아하는 식물도 있습니다. 그러나 백약이 오름은 그 이름에서부터 오름의 특징이 표현되고 있습니다. 백약이 오름이 지니는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초지 조성에 앞서 약초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백약이오름에는 다양한 야생화들이 꽃을 피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곶자왈 지역

천남성

유독성 식물입니다. 육질인 줄기는 외대로 곧게 서 있습니다. 꽃의 아랫부분은 통형이고, 윗부분은 거의 직각으로 꼬부라져 있습니다. 꼬부라진 모양이 코브라의 머리와 비슷하여 서양에서는 Cobra Lily, 제주도에서는 뱀풀로 불립니다. 꽃은 2가화로 4~7월에 피는데, 화축에 꽃자루가 없는 작은 꽃이 밀생하고, 꽃대 상부는 곤봉모양이며 포에 싸여있습니다. 수꽃의 포에는 아래 부분에 구멍이 나 있어 벌레가 아래, 위로 자유롭게 출입하며 화분을 옮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반면, 암꽃은 화축과 꽃대가 두텁고 포 내에 빈 공간이 거의 없어 벌레가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해 요동을 치는 동안 충분한 수분활동이 이루어집니다. 10월경에 붉은색으로 익는 열매는 짧은 옥수수 모양의 장과입니다. 자주색 포에 세로로 흰 줄이 있는 것은 남산천남성입니다.

탐사 곶자왈 지역에서 만난 식물들

곰비늘고사리

곰지네고사리

긴사상자

까마귀밥여름나무

나도히초미

남오미자

넓은잎천남성

단풍나무

동백나무

때죽나무

마삭줄

멀꿀나무

백량금

보리밥나무

비목

상산나무

생달나무

센달나무

소엽맥문동

송악

십자고사리

자금우

참식나무

천남성

천선과

청미래덩굴

큰구슬붕이

풀솜대

합다리나무

*송시태 대표님과 김봉찬 대표님의 말씀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