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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분별한 훼손에도 대책없이 위기상황
글쓴이 곶자왈 
구분 식물
2008-05-20 오전 10:41:34

무분별한 훼손에도 대책없이 위기상황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갯취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봄에 오름을 오르는 길은 길다. 언덕길을 단숨에 걸어 올라가면 불과 십여 분의 시간일 테지만 발끝마다 스치는 봄꽃들의 향연에 취하다보면 늘 제자리걸음이다. 할미꽃, 산자고, 용담, 각시붓꽃.. 이름도 가지각색인 것이 한가득 피어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중 눈에 띄게 멋진 자태를 뽐내는 식물이 있으니 바로 갯취다. 넓고 큰 잎은 사람의 시선을 잡고 은백색을 띈 에메랄드빛의 색채는 사람의 발길을 잡는다. 잔잔한 물가에 날개를 접고 앉은 물새처럼 이 계절 갯취는 부드러운 오름의 능선자락에서 위용을 뽐낸다.
  갯취(Ligularia taquetii Nakai)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이 피면 키가 1m나 되는 큰 식물이다. 잎은 둥글고 넓으며 다소 두텁고 꽃은 늦봄에 줄기 끝에서 총총히 나와 핀다. 한국특산종으로 거제도와 제주 서부지역에 자생한다.
 우리가 갯취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오름과 같은 건조한 풀밭이다. 그것도 신기하게 서쪽지역에 한해 있다. 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 주변이나 경마장 주변에서 볼 수 있다. 반면 지난주에 소개했던 피뿌리풀은 제주의 동부지역에만 자생한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또 한 가지 독특한 것은 갯취의 생육환경이다. 갯취가 속해있는 Ligularia(리귤라리아)속은 보통 온대북부나 한대지역에서 숲이나 습지주변에 군락을 이루어 자생한다. 우리나라에는 나물로 즐겨먹는 곰취를 비롯해, 화살곰취, 긴잎곰취, 곤달비 등이 자생하는데 모두 백두산 주변을 비롯해 시베리아 일대에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이다. 곰취는 전국적으로 자생하지만 역시나 산지에 숲 주변이나 습지에서 보이는 식물이다. 헌데 유독 갯취만이 난대지역의 건조한 풀밭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도대체 무슨 까닭인 것일까?
 


  식물을 관찰하는 사람들은 흔히 식물의 생김새나 꽃, 약효나 나물 등의 쓰임새 등에 관심을 갖는다. 필자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겨하는 질문도 꽃이 예뻐요? 먹을 수 있나요?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식물을 알아가는 일도 사람을 사귀는 일과 같아서 다양한 관계 속에 처해있는 특성을 알아가다 보면 식물에 관한 깊은 이해를 갖게 된다. 주변 식물이나 동물, 곤충, 처해있는 환경 등과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다 보면 재미있고 신기한 식물의 세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갯취는 왜 들판에 살지? 왜 서쪽에만 보이지? 잎은 왜 이렇게 크고 두텁지? 소나 말이 먹으면 어떻게 되지? 같은 질문들을 시작해보자. 그것이 바로 생태적 접근이다.
 갯취가 건조한 초지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중산간의 초지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보통 소나 말을 방목하는 곳이다. 다양한 그라스(grass)가 주종을 이루며 이들은 초식동물의 먹이가 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물과의 관계를 형성해오면서 나름대로 적응해온 결과 그라스는 다른 식물에 비해 재생능력이 뛰어나고 잠아나 측아가 발달하여 몸통이 뜯겨나가도 거뜬하게 다시 일어난다. 하지만 갯취와 같은 덩치가 큰 다년초의 경우 그라스에 비해 재생능력이 현저하게 낮아 초식동물의 공격에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 
 헌데 신기한 것은 소나 말이 갯취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넓은 들판이 모두 제 밥상인 초식동물들이 가려먹는 것이 갯취와 고사리다. 고사리가 독성이 강한 식물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갯취의 성분에 관해서는 필자도 정확한 정보가 없다. 다만 초식동물에게 해로운 성분을 지니고 있거나 혹은 들판에서 볼 수 없는 Ligularia속 식물에 대해 초식동물이 먹이로 인식하는 정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독자여러분들도 함께 생각해보길 바란다.
 갯취는 현재 산림청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선정(1997)되어 있는 희귀식물이다. 그러나 이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예전에는 환경부에서 지정하는 법정보호식물이었지만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는 중산간지대의 초지에 자생하는 이유로 갯취로 인한 제약이 많아 다시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법적 효력이 없으니 사람들의 관심에서 쉽게 지워지고 훼손이 되어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희귀식물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보호대책은 작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식물의 세세한 특성과 아름다움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갯취를 시작으로 생태적 호기심을 발동해보자.


2008년 0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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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코드: 숫자: 2625   글자: iv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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