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록산을 다녀와서

남원중학교

2학년 4반 고하나

대록산은 예전에 사슴이 많이 살고 또한 그 모습이 사슴과 비슷한데 또 그 위에 사슴 같은 작은 산이 또 있으므로 ‘큰 사슴이’라 불리우던 것이 후에 한자 표기에 의해서 ‘대록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두 산이 서로 붙어 있어서 그런지 멀리서 보면 왠지 큰 사슴과 작은 사슴이 드넓은 벌판에 서로 의지한 듯한 형상이 비춰지기도 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대록산을 휘감고 있는 바람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돌려 대록산의 거대함을 보았다. 대록산이 마치 하늘에 닿을 듯 드높게만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선생님의 출발이란 소리와 함께 오름 오르기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오름에 오르기 사작하자마자 어디선가 그윽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갈수록 점점 더 코를 자극했다. 몇 발자국 걸어가다 보니 냄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소똥이었다. 하나 둘씩 그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발 디딜 틈이 없도록 대량?의 소똥이 나타났다. 소똥을 보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친구들 모두 입을 모아 “드럽고, 커”라고 외쳐댔다. 왜 그렇게 똥이 많았는지……. 아직도 그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힘을 내어 가다보니 어느새 중간지점이었다. 숨이 차오르고, 온 몸이 땀으로 젖는 듯 했다. 솔직히 당장 아래로 뛰쳐 내려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조금만 가면 정상이야, 모두들 힘을 내서 올라가자!”라고 말씀하셨다. 실망은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시 기운을 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대록산은 가파르고 내 다리는 더욱 더 중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 때, 나의 심장을 울리는 아름다운 소리가 있었으니............“정상이다.~~~~~~~~!!” 내 입가에 아주 커다란 함박웃음이 피어올랐다. 소똥이고 뭐고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 또한 나의 눈, 코, 입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잠깐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신 주변 풍경을 설명하자면 오름 뒤쪽의 좌측이 물영아리, 우측이 여믄영아리, 멀리 우뚝이 있는 게 물장오리라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뭐니 뭐니 해도 최고는 소록산이었다. 대록산에서 바라보는 소록산의 풍경을 마치 내 앞에 사슴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한 눈에 들여다 보이는 구좌읍의 풍경 또한 멋들어진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했다. 모두들 지쳐서 “헥헥”대는 소리가 쉴 새없이 터져나왔지만 주변 절경에 대한 감탄사 또한 멈출 줄을 몰랐다.

우리는 조금의 휴식시간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대록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훨~~~~~~~~씬 쉬울 줄 알았지만 그것은 아주 대단한 착각이었다. 처음에는 잘 정돈된 길이 있어서 걷고 뛰는 것을 반복해서 내려오기가 수월했지만 내며오면 올수록 험난한 돌과 미끄러운 흙길 투성이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서로 밀고, 당기고, 넘어지면 손을 내밀어 주기도 하면서 때 아닌 우정의 장을 마련했던 것이다. 비록 오름에 왜 왔냐는 둥 다시는 등산 같은 건 하지 않겠다는 둥의 불평과 불만의 소리였지만 쉴 새 없이 대화도 하고, 오랜만???에 다리의 근육과 알을 키우는 운동의 시간도 가지게 되어서 참으로 뜻 깊은 하산 시간이었다. 그리고 올라갈 때는 보이지도 않던 갖가지 가을 야생화들이 눈에 띄었는데 선생님께서 “이건 짚신나물이고, 이고 무릇이야. 그리고 여기 이렇게 질긴 식물은 수크령이야, 봐 워낙 질겨서 끊어지지 않지?” 라고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절망스럽게도 내 눈에는 모든 식물들이 다 같게만 보였다. 내가 식물에 전혀 관심이 없던 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던 식물관찰시간이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온 몸으로 보고 느끼는 사이 어느새 우리가 타고 왔던 버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감격에 겨워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만큼 행복했다는 말이다.) 버스에 올라 우리는 감상문을 작성했다. 내가 대록산에 와서 느꼈던 온갖 느낌들을 다 적어놨기 때문에 감상문 작성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버스에서 선생님께서 또 다른 많은 야생화를 소개시켜 주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며느리밥풀’ 이라는 식물이었다. 며느리밥풀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옛날에 며느리가 밥을 짓고 익었나 설었나를 알아보기 위해 주걱에 있던 밥풀 몇 알을 먹었는데 그 때 마침 시어머니가 지나가다 그 장면을 보고 며느리에게 심하게 호통을 쳤다. 그러자 상심한 며느리는 뒷산에 올라가 자살을 했는데 그 자리에 난 식물이 밥풀을 닮아서 며느리밥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조금은 어이없고 황당한 얘기지만 며느리밥풀이란 특이한 이름의 유래를 알게 되어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대록산에 대한 우리의 여정은 버스가 그 곳에서 떠나면서 마무리 되었다. 솔직히 ‘이제 끝이다.’ 라는 생각이 조금 더 크긴 했지만 한 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아주 오랜만에 맞이한 자연과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대록산을 봤을 때의 그 장엄함, 오름을 오르면서 느꼈던 나 스스로에 대한 대단함. 그리고 정상에서 맛 보았던 조금은 어색한 편안함과 익숙함, 내려 올 때의 영광스러움. 이 모든 감정들을 뒤로하고 떠오르는 생각은 오로지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내가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에 그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연에 대한 관심이다.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면 모든 것이 다 자연인데 우리들 모두는 멀리서만 찾으려고 한다. 먼저 다가서서 그 아름다움을 그리고 멋들어진 모습을 보는 것이 바로 자연을 보는 방법인데 말이다. 자연을 방긋방긋 하게 하고 더 나아가 환하게 웃게 만드는 것, 그것은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던 대록산! 그 살아 숨쉬는 자연의 품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10월 6일 남원중 생태탐사 후 고하나 학생이 후기를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