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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주희귀식물 변산바람꽃
글쓴이 곶자왈 
구분 식물
2008-12-18 오후 3:19:50

겨울문턱...꽃망울 터트릴 채비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변산바람꽃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바람이 매섭다. 간간히 눈발이 날리고 옷깃을 여미는 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간다. 이제 겨울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겨울의 산은 사람들에게 쓸쓸한 기운을 전한다. 낙엽을 떨어뜨린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시린 바람을 견디어내고 푸른 기운이 가득하던 숲 바닥은 흰 눈만 수북하다. 생명의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산은 죽은 듯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나 겨울도 잠시 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땅속에서는 벌써 변산바람꽃이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다 마쳐놓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변산바람꽃(Eranthis byunsanensis B.Y.Sun)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전라도 변산반도를 비롯해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지에 자생한다. 90년대 초반 학술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식물로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낙엽활엽수림 내에서 군락을 이루어 자라며 숲 바닥이 여전히 눈으로 뒤덮인 늦겨울에 꽃을 피운다.
변산바람꽃은 키가 10cm 내외의 자그마한 식물이다. 꽃은 순수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데 얼핏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꽃받침 안쪽으로 녹색이 감도는 끝이 넓은 대롱 같은 것이 돌려나 있는데 이것이 꽃잎이다. 이 안에는 달콤한 꿀이 가득한데 꽃잎이 꿀샘으로 변형된 것이다.


때문에 꽃받침이 크고 넓게 꽃잎처럼 자라나 꽃잎의 기능을 수행하는 듯하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들에서 자주 보게 되는 특성이다. 꽃은 눈이 한창인 2월경부터 피는데 숲 바닥을 꽃으로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열매는 4월경에 익으며 열매가 익으면 바로 휴면에 들어간다.


변산바람꽃의 발견이 늦어진 것은 아마도 이러한 생육특성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겨울이 한창인 2월경에 꽃망울을 터트리는데다 4~5월이면 휴면에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탓에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자생지가 숲속이여서 당시까지만 해도 도로여건이 좋지 않았고 지금처럼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아 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전문가나 연구자들에 한정되었던 때였다. 필자역시 처음 변산바람꽃의 발견소식을 듣고 몇 번인가 자생지를 찾아간 적이 있으나 시기를 맞추지 못해 허탕을 친 경험이 있다.   


변산바람꽃과 유사한 생태적 특성을 보이는 식물로 복수초가 있다. 복수초는 이제 워낙에 유명해져 봄의 전령사로 대표되는 식물이다. 모두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숲속에서 군락을 이루며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이처럼 부지런을 떠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낙엽활엽수림은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해 봄의 절정에는 푸른 잎으로 하늘을 뒤덮는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우리에게는 더없이 좋은 아름다움이지만 숲 바닥에서 사는 자그마한 식물들에게는 광합성을 위한 햇빛을 차단하는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큰 나무들이 잎을 펼치기 전인 이른 봄에 서둘러 나와 꽃을 피우고 양분을 저장하여 후다닥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제주에서 변산바람꽃을 볼 수 있는 곳은 절물휴양림일대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왕벚나무자생지 주변이다. 특히 절물휴양림일대의 경우 변산바람꽃, 복수초, 그리고 얼마 전 소개한 나도제비란 등의 온대북부림의 대표적인 인자들이 함께 서식하고 있어 식물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지역이다. 한라산의 북사면으로 강수량이 풍부하고 여름철 기온이 서늘하며 다른 지역에 비해 늦게까지 눈이 녹지 않고 남아있는 미기후로 인해 온대북부 식물들과 난대식물이 공존하는 매우 독특한 식생대를 형성하고 있다.


변산바람꽃이 속해있는 Eranthis(에란디스)속의 식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예식물이다. 꽃이 워낙에 아름다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특히 암석원이나 알파인가든에 유용한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너도바람꽃과 변산바람꽃이 자생하지만 아직까지 원예종으로는 생소한 식물들이다. 식물의 보존과 더불어 효율적인 쓰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08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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