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6일 애월곶자왈입니다.

애월곶자왈

7월 곶자왈 정기탐사는 한라수목원과 공동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족과 함께 참석하여 참석자들의 연령 갭이 컸던 것이 이번 탐사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탐사를 통해 아이들은 탐사의 재미를 느끼고, 어른들에게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윈윈 탐사임에 분명한데, 탐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성격의 탐사가 너무 많아서 일까요? 너무 더워서 일까요?

한라수목원-금산공원-곶자왈생태환경연구소가 코스입니다. 운송수단은 한라수목원에서 제공한 버스, 그 버스 안에서 송시태 대표님의 '곶자왈 개론' 강의가 있었습니다.

'마그마'는 지구 내부의 고열에 의해 용융상태로 있는 암석질 물질을 말합니다. '마그마'가 지상으로 분출하면 이름만 바꾸어 '용암'으로 불리게 됩니다. 용암은 끈적거리는 점성도에 따라 '파호이호이 용암(빌레용암)'과 '아아 용암(곶자왈용암)'으로 나눕니다. 점성이 낮은 '파호이호이 용암'은 낮은 곳을 향해 멀리까지 흘러내려 용암대지를 형성하고, 동굴과 습지, 튜물러스 등이 만들어 집니다. '파호이호이 용암'은 표면이 매끄럽고, 수많은 주름으로 이루어진 '새끼줄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두께는 2,30cm~수 m로 표면적에 비해 비교적 얇은 편입니다.

반면 지상으로 분출된 '아아 용암'은 점성이 높아 멀리 흘러내리지 못합니다. '아아 용암'은 식으면서 크고 작은 암괴로 쪼개져 얼기설기 쌓이면서, 평탄하지 못한 요철지형을 만들게 됩니다. 제주도의 곶자왈 숲은 바로 이 '아아 용암' 지대에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아용암이 부려놓은 암괴들 사이에 생긴 공극에서 흘러나오는 수증기는 지열을 전달하여 곶자왈 내부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만듭니다. 또한 요철지형은 좁은 장소에서도 온도, 습도, 광량 등 식물들의 생존을 위한 조건을 다양하게 만들어 그 기후환경에 따라 다양한 식물이 자랄 수 있게 합니다.

금산공원은 표고 833.8m, 비고 234m 의 노꼬메오름의 분화구 내부를 채우고 있던 용암이 아래 방향으로 11km 흘러 내려와 만들어진 애월곶자왈의 말단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노꼬메오름의 용암연 흔적에서 채취한 광물의 특성과 금산공원 광물의 특성이 일치할 때 금산공원을 노꼬메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으로 이루어진 곶자왈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광물특성을 과학적으로 비교분석하기 이전에 노꼬메오름을 올라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곶자왈 숲이 형성되어 애월방향으로 연결된 모습을 눈으로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금산공원

1986년 천연기념물 제375호로 지정된 난대림입니다. 마을에서 금악봉이 보이면 마을에 화재가 일어난다하여 나무를 심고 방목과 벌목을 금지하며 인위적으로 조성, 보호하여 온 숲입니다. 후박나무, 곰솔, 팽나무,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의 거목들이 우점하고, 숲의 하층에는 함몰지에 군락을 이룬 밤일엽으로부터 위쪽으로 쇠고비, 가는쇠고사리 순서로 양치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거목들을 중심으로 관리되어 있어 나무 수종이 단순한 편으로 숲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목들이 공존할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인간사회에서 IT 산업이 대박이라고 하여 사회가 IT 관련 사업자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그 사회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 두드러지지 않지만, 구석구석에서 말없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존재들이 없으면 생명력이 없는 이상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후박나무

데크 산책로로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거목입니다. 남해안, 제주도 등 남쪽 섬지방에 많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후박나무 껍질(厚朴皮)이 한약재로 애용되었기 때문에 껍질이 벗겨져 죽어 나가 이만한 크기의 후박나무 거목은 여간해선 만나기 어렵습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후박껍질은 소화를 돕고, 위장을 따뜻하게 하여 장의 기능을 좋게 하며, 설사와 이질을 낫게 한다."고 합니다. 울릉도 호박엿은 옛날에 '후박엿'이었다가 호박엿으로 되었다고 합니다. 큰일 날 뻔했습니다.

후박나무는 녹나무과 상록활엽수로 높이 15~20m까지 자랍니다. 수피는 짙은 회갈색입니다. 짙은 녹색의 광택 있는 가죽질 잎은 잎맥이 비교적 뚜렷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가지 끝에 어긋난 잎은 모여 난 것처럼 보입니다. 5~6월에 황록색으로 피는 꽃은 양성화이며, 잎겨드랑이에 원추꽃차례로 달립니다. 열매는 지름 1cm 정도의 둥근 모양 장과로 다음해에 흑자색으로 익습니다.

--------------------------------------------------------------------------------

참나무

금산공원에서 많이 보이는 종가시나무는 참나무입니다. 참나무는 참나무 속(Quercus)에 속하는 나무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퀘르쿠스( Quercus)란 켈트어로 좋은 목재라는 뜻이며 참나무도 진짜 나무를 말합니다. 낙엽수인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물참나무와 상록수인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참가시나무가 여기에 속합니다. 가장 추위에 잘 견디는 신갈나무는 고산지역에서 자라며, 제주민들을 기근에서 구했다는 한라산 1300 고지의 '송덕수'가 바로 신갈나무입니다. 따뜻한 남쪽에서는 주로 상록활엽수인 가시나무류가 잘 자랍니다. 제주도에서는 낙엽성 참나무와 상록성 참나무를 모두 볼 수 있는데, 해발 600m 위로는 붉가시나무가 우점하고, 아래에는 종가시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참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성장이 매우 느립니다. 따라서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여 무거운 특징을 지닙니다. 참나무 잎은 독성이 있긴 하지만 담백질이 풍부하여 곤충들의 먹이가 되고 있으며, 낙엽성 참나무의 잎들은 엽록소를 잃어버린 이후에도 오랫동안 나무에 달려있습니다. 탄닌을 포함하고 있는 잎은 낙엽이 진 후에도 한참 동안 썩지 않고 보온효과를 주어 작은 곤충들의 겨울나기를 돕습니다. 또한 참나무의 열매 '도토리'는 숲 속에서 생활하는 여러 동물들의 겨울철 주요 식량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생태계에서 이모 역할을 하고 있는 참나무는 인간생활에서도 여러모로 쓰이고 있습니다. 단단한 성질을 가진 참나무는 일찍부터 배를 만드는 조선에 사용되어 왔는데, 노아의 방주를 비롯하여 거북선 제조에도 중요부분에 참나무를 사용하였습니다. 포도주를 숙성시키는 술통의 재료로 사용되는 참나무는 포도주 숙성에 필요한 산소를 천천히,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여 술맛을 좋게 합니다.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의 구황식품이었던 도토리로는 녹말로 묵을 쑤어 먹었는데, 9월경에 익는 졸참나무 도토리와 10월경에 익는 갈참나무 도토리가 가장 찰지고 부드러우며 맛이 좋다고 합니다. 도토리는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력이 있으며, 특히 골기(骨氣)를 많이 품고 있어 참나무 숲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뼈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참나무 잎은 지혈작용이 뛰어나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나는 데도 효과 있게 쓸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고, 인간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참나무는 가장 많이 수난을 당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과거 곶자왈 숲이 심각한 훼손을 입은 것은 참나무들이 숯을 굽는 신탄용재로, 표고재배용으로 잘려나가면서부터입니다. 만약 취사난방용 연료가 기름으로 대체되지 않았다면 숲은 사라지고, 집으로, 골프장으로, 농토로 모습을 달리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화석연료 또한 기후온난화의 주역으로 지구마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얼마 남지도 않았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기본으로 하는 에너지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은 두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

스스로 살아있음을 소리로 확인하고 나서, 나무를 소리로 느껴보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수액이 움직이는 소리는 들어보는데 성공하지는 못하였습니다. 봄에 좀 더 확실하게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

곶자왈 생태환경연구소에 지난 3월에 심은 털머위와 맥문동 씨앗이 7월 16일 이렇게 자랐습니다. 꽃이 기다려집니다.

지질해설: 송시태 대표님
식물해설: 김대신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