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4일 도너리오름과 한경안덕곶자왈입니다.

도너리오름

비고 110m, 서북 방향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의 입구가 널찍하다고 해서 '도너리'로 불린다는 오름은 원형과 말굽형, 두 개의 굼부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형 굼부리로 올라 말굽형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오르는 동안 좌측으로 정물오름과 당오름도 계속 따라 옵니다. 원형 굼부리는 경사가 가파른 깔대기 모양으로 내부에는 곰솔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습니다. 탐구생활을 즐기시는 몇몇 분들은 굼부리 아래로 내려가 있고, 건너편을 바라보니 굼부리 가장자리가 무너져 흘러내린 것이 보입니다.

지형은 살아 움직입니다. 높은 곳이 무너져 낮은 곳으로 흘러내려 쌓이면서 높은 곳은 낮아지고, 낮은 곳은 점차 높아져 편평해지려 합니다. 그러나 지구 내부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는 그렇게 편평해지도록 가만 보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화산활동이나 지각운동 등으로 산은 바다가 되고 바다가 산이 되는 상황도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굼부리가 무너지는 것은 소멸인 동시에 새로운 것의 생성을 뜻합니다. 생성과 소멸은 같은 것의 양면입니다. 즉, 무너진 부분은 사라지지 않고 또 다른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자연은 완성품이 아닙니다. 자연은 끊임없는 변화과정 속에 있습니다. 우리 눈에 익숙했던 것이 바뀐다고 해서 소멸로만 인식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한라산 복구 작업이나 무너져 내린 사면을 받쳐 석축을 쌓아 놓은 동거미오름을 보면서 백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들이 스스로 변해가는 자연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집니다.

지구의 역사를 미루어 볼 때 인간은 한 점에도 못 미치는 순간을 살다가 사라집니다. 광활한 우주를 미루어 볼 때 인간은 바늘도 꽂을 수 없는 한 점에도 못 미치는 존재입니다. 이렇게 시간적, 공간적으로 미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 인간들이 주인인 냥,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는 환상에 우쭐거리는 것은 코메디에 다름하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겸손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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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

햇볕만 좋으면 산과 들 어디서나 잘 자라는 반상록 덩굴성 관목으로 은은한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자리가 밋밋한 난상 타원형 잎은 마주나며 줄기는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갑니다. 나중에 나온 잎은 월동을 하기에 인동초(忍冬草)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6~7월에 피는 하얀색 꽃은 잎겨드랑이에 두 개씩 모여 달리고, 나중에 노랗게 변합니다. 이렇게 흰 꽃과 노란 꽃이 함께 피어있기 때문에 '금은화'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꽃은 입술모양으로 끝이 다섯으로 갈라져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길게 갈라지면서 발가락 모양의 나머지 부분과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말려 있습니다. 열매는 9~10월에 검게 익습니다. DJ가 그의 불우했던 시절을 혹독한 겨울을 인내해야하는 인동초에 비유하면서 덩달아 유명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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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피나무

생선비린내를 없애주는 향신료로 친숙한 나무입니다. 열매를 가루로 만든 것은 추어탕집에 가면 맛 볼 수 있습니다. 깃털 모양의 잎 중 작은 잎 하나를 비벼 냄새를 맡아 보면 코가 시원하게 뚫리는 독특한 향을 느끼게 됩니다. 낙엽성 나무로 다 자란 키는 3~4m 정도입니다. 작은 바소꼴 잎의 가장자리에는 파도 모양의 둥근 톱니가 나 있습니다. 가시가 마주 달려 있으며, 하나씩 어긋나게 달려 있는 산초나무와는 가시로 구별합니다. 9~10월에 익는 적갈색 삭과 열매의 껍질이 벌어지면 까만 종자가 드러나 보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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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딸기

곶자왈로 향하는 길 옆에서 많이 보입니다. 5월에 분홍색 꽃이 가지 끝에 핍니다. 5~9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되어 있는 깃털모양의 겹입은 어긋나게 달려 있습니다. 작은 잎은 달걀형으로 겹톱니가 나 있습니다. 식용 딸기입니다.

뱀딸기

뱀딸기는 평지에서부터 오름의 7부 능선에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달걀형 잎은 삼출엽으로 어긋 나 있습니다. 4~5월에 피는 노란색 꽃은 꽃자루가 길고 잎겨드랑이에 달려 있습니다. 지름 1cm 정도의 열매에는 붉은 색 수과가 점점이 붙어 있습니다.

멍석딸기

키가 작아 멍석을 깔아놓은 것 같다고 하여 멍석딸기로 불린다고 합니다. 갓털모양 겹입은 삼출엽으로 어긋나 있으며, 달걀형 작은 잎은 톱니가 나있고, 끝에 있는 작은 잎은 살짝 3개로 갈라져 있습니다. 5~6월에 피는 분홍색 꽃은 꽃잎이 다섯 장이며 모두 위로 향하고, 꽃바침은 피침형입니다. 열매는 7~8월에 익으며, 식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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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안덕 곶자왈

말굽형 굼부리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등산로는 경사가 급하고, 훼손도 심해 위협적입니다. 겨우겨우 내려와 보면 원형 굼부리와는 달리 말굽형 분화구 내부는 숲으로 우거져 있습니다. 숲은 곶자왈과 연결되어 월령 방향으로 이어져 있고, 남으로는 안덕 방향으로 뻗어 있습니다. 제주 최대의 곶자왈로 일컬어지던 이 곳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블랙스톤 골프장이 완공되어 사람들이 공을 따라 다니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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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란
곶자왈 내로 들어가니 하얀 꽃들이 바위와 이끼, 고사리 위에 뿌린 듯 내려 앉아 있습니다. 때죽나무 꽃입니다. 정작 살아있는 꽃은 넓은잎천남성 외에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새우란 군락이 보입니다. 여러개의 마디로 연결되어 있는 뿌리모양이 새우 같다고 하여 새우란이란 이름을 얻었으며, 옆으로 뻗은 뿌리에는 잔뿌리가 많이 나 있습니다. 새우란 꽃은 4~5월에 개화하는데 지금은 꽃이 다 져 버린 모양입니다(사진은 5월 1일의 새우란). 세로방향으로 주름진 잎은 끝이 뾰족하고 아래가 좁아지면서 잎자루로 됩니다. 꽃은 10개 내외가 총상꽃차례로 달리며 셋으로 갈라진 입술 꽃잎은 옅은 분홍색입니다. 약1cm 길이의 포는 반투명 막질이고, 꽃바침조각은 갈색입니다. 우거진 숲 속에서 잘 자랍니다.

<곶자왈사람들 6월 탐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