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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주의 희귀식물 백당나무
글쓴이 곶자왈 
구분 식물
2008-06-03 오전 10:55:22

독특한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귀중한 자원 
<김봉찬의 제주 희귀식물>한라산 백당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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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집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가꾼 것이라 무척 애정이 간다.


정원을 둘러보며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식물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기도 하고 오래전 기억들로 다시금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필자에게 정원은 좋은 휴식처이고 깊은 사색의 장이며 추억과 미래가 공존하는 생동하는 삶의 터전이다.


지금 정원에서는 붓꽃이 꽃을 피웠다. 옥잠화는 잎을 활짝 펼쳐 돋아나고 말발도리의 꽃망울이 방울방울 맺혀 당장이라도 터질듯하다. 하룻밤 사이에도 꽃들은 주연을 바꿔가며 연주를 이어가고 꽃들의 오케스트라는 그렇게 늘 절정 속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백당나무가 있다.


백당나무(Viburnum opulus var.calvescens(Rehder)Hara)는 인동과의 낙엽활엽수인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Viburnum(바이버넘)속은 세계적인 원예식물로도 유명한데 제주에는 상록수인 아왜나무를 비롯해 가막살나무, 덜꿩나무, 분단나무, 백당나무가 자생한다.


백당나무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산을 오르면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오리발처럼 끝이 나뉜 잎 모양과 이맘때쯤 둥글게 모여 피는 백색의 꽃이 아름다워 등산객들의 카메라 플래시를 자주 받고는 한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한라산의 백당나무다. 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 산철쭉과 털진달래처럼 한라산의 백당나무는 다른 지역의 것과는 달리 그 형태와 생태적 특성이 매우 독특하게 진화된 식물이다.


일반적으로 백당나무는 온대지역의 낙엽활엽수림에 자생한다. 숲 가장자리에서 분포하며 키가 3m가량 자란다. 그러나 한라산의 백당나무는 낙엽활엽수림에서는 볼 수 없고 표고 1500m 이상의 고산지역에만 분포한다. 형태도 다른 고산지역의 관목들처럼 키가 작고 가지가 치밀하며 매우 단단한 느낌이다. 여기에 제주가 갖는 독특한 지리적 특성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피뿌리풀을 소개하면서 이야기했듯이 최후빙하기 당시 제주는 한반도, 일본 등지와 연결된 내륙이었다. 당시에는 제주의 저지대도 기온이 낮아 현재의 고산식물들이 저지대에서도 자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빙하기가 끝나고 온도가 상승하면서 저지대에 자생하던 고산식물들은 대부분 멸종되었고 한라산 정상부근에만 일부가 남아 있게 되었다.


필자의 생각에 한라산의 백당나무는 이미 빙하기 당시 현재와 같은 유전적 형질을 지니고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다른 고산식물들처럼 저지대에 자생하던 것은 사라지고 한라산 정상부근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유독 제주의 백당나무만이 그러한 형질을 지니게 된 이유다.


최후 빙하기의 제주는 섬이 아닌 내륙이었다. 때문에 기후조건이 주변의 지역들과 유사했을 것이다. 헌데 제주에서만 백당나무가 형질의 변화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화산폭발 등으로 인해 형성된 송이질의 토양이나 강한 바람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


확답할 수는 없지만 제주만이 갖는 지형적 특성이나 미기후의 영향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고기후와 고생태는 인간이 보지 못한 상상의 나라일 수 도 있으나 과학적으로 접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끊임없는 연구가 뒤따라야할 중요한 과제중 하나다.


분명한 것은 한라산의 백당나무가 다른 지방의 것과는 확연이 다르다는 것이고 그러한 성질이 유전적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종 혹은 최소한 변종 수준의 변이의 폭을 지니고 있을 수 있으므로 정밀한 분류와 연구가 필요하다. 어쩌면 백당나무가 아닌 한라산백당나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라산백당나무는 희귀식물이 된다. 한라산백당나무는 영실과 평지괴대피소, 성판악 진달래밭 주변에 자생하는데 20년 전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작정을 하고 찾아봐도 보기 어려울 만큼 개체수가 현저히 줄었다. 다른 고산식물들처럼 지구온난화와 조릿대군락 등의 번성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백당나무는 근연간의 수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자가불화합성이 강한 식물이다. 필자가 한라산의 한 개체에서 채취한 종자를 직접 파종하여 번식한 경험이 있는데 다음 세대에서는 생존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자생지에서도 군락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점생한다. 열매가 탐스럽고 과육이 발달한 것을 보면 새들이 먹고 씨를 옮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갈수록 고산의 기후가 온난해지는 현실 속에서 현재 남아 있는 개체들이 언제까지 그 명맥을 이어갈지 장담할 수가 없다. 더욱이 한라산백당나무의 경우 원예적인 가치가 뛰어나 이용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식물이다.


한라산 백당나무는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귀중한 자원이다. 빙하기의 고환경을 말해주는 열쇠이고 이용가치가 많은 식물자원이며 그 이전에 제주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귀한 생명이다. 겸손하고 현명하게 자연이 준 선물을 지켜나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2008년 0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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