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비밀 - 제주투데이 발췌

[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신비로운 곶자왈...

문춘자 시민기자 mun4411@yahoo.co.kr

▲ 억새꽃물결 따라 떠나고 싶은 계절 가을입니다.

억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가을입니다.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슬프게 울어대는 것만 같은 억새꽃으로 가을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가을이란 이름만으로도 왠지 서글퍼집니다. 가을은 짧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단풍보다 뜨겁게 가을을 껴안아야 합니다. 제주의 들녘을 장식하는 억새물결보다 한층 은은하게 가을을 노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남방계식물과 북방계식물이 공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곶자왈의 신비를 찾아서 떠나보았습니다.
곶자왈사람들의 상임대표 송시태 선생님, 공동대표 김봉찬님(자연사랑 이사) 사무처장 김효철님이 들려주시는 설명과 함께 곶자왈의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이듯이 식물 또한 아는 만큼 내게로 다가와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선사해줍니다. 그저 우리가 스치고 지나칠 수 있는 보잘것없는 식물에도 오묘한 신비로움이 숨겨져 있습니다. 귀화식물인 수크렁은 가을철에 흔히 볼 수 있으며 강아지풀과 비슷합니다. 그다지 예쁘지도 않아 그 누가 말을 걸어주지도 않는 식물, 멋없어 보이는 수크렁도 가장 예쁠 때가 있습니다.

새벽이슬에 영롱한 보석을 달고 있거나 비에 흠뻑 젖어 있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청초한 모습으로 들녘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쓸쓸한 노을을 온몸으로 담고 있을 때 그윽함을 주기도 합니다. 화려함이란 전혀 찾아 볼 수 없지만 소박함에 참다운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선사해준 스크렁입니다.

▲ 낚시 고리처럼 생긴 것이 암술입니다. 암술을 살펴보니 투명한 흰털 나있네요.

벼과식물 수크렁을 관찰해보기로 했습니다. 쭈뼛쭈뼛 솟은 털사이로 암술과 수술이 숨어 있습니다. 암술과 수술은 과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하얀 낚시 고리처럼 생긴 것이 보입니다. 암술입니다. 암술을 살펴보니 투명한 흰털 나 있으며 암술머리는 두 개로 깊게 갈라져 있습니다. 수술은 더욱 투명한 흰색이며 털이 없으며 끄트머리에는 볍씨처럼 생긴 것이 달려 있습니다.

수크렁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한라돌쩌귀에 숨겨진 오묘한 비밀에 놀라웠습니다. 한라돌쩌귀는 마치 투구를 쓴 전사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한라돌쩌귀라 합니다. 제주에서는 뿌리가 버선을 닮았다 하여 버선뿌리라고 합니다. 뿌리는 약용으로 사용하지만, 독성이 강하다고 하니 조심해야겠지요.

그 오묘한 한라돌쩌귀의 실체를 살펴 볼까요?
투구를 쓴 한라돌쩌귀꽃 속에 숨겨진 비밀을 누가 알겠습니까. 꽃잎을 하나씩 벗겨 보았습니다. 그 안에 숨겨진 자그마한 투구를 쓴 깜찍한 꿀샘이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달콤한 꿀샘을 투구 안에 꼭꼭 숨겨둬야 했나 봅니다. 벌과 나비에게 냉큼 꿀샘을 보여주기 싫었는지 아니면 벌과 나비들이 안달이 나도록 꿀샘을 꼭꼭 숨겨뒀나 봅니다. 벌과 나비들은 달콤함 꿀샘을 찾아서 꼭꼭 숨겨둔 투구 속으로 마구 비집고 들어가겠지요.
또한, 양치식물 고사리에는 오묘한 신비로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꽃이 피지 않는 식물, 고사리에는 신비로움이 숨겨져 있습니다. 고사리는 잎 뒷면에 붙어있는 포자로 번식하며 고사리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었습니다. 고사리에는 암술, 수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자와 난자가 있으며 둘이 만나 새로운 고사리로 성장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 투구를 살며시 벗겨보니 그 안에는 깜찍한 꿀샘이 두 개나 신비롭게도 숨어 있네요.

자연에는 이처럼 오묘한 신비로움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처럼 식물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보면 재미있습니다. 곶자왈사람들 탐사팀에 가지 않았다면 그 오묘한 신비로움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보이는 것에만 치우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너무 치우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들꽃으로부터 또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들꽃으로부터 아름다움과 자연의 오묘한 신비로움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고사리 잎 뒷면을 살펴보면 포자가 보입니다.

곶자왈은 그저 단순히 무의미하게 생겨난 식생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곶자왈에는 숨겨진 비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마소나 거센 바람 등을 막기 위해 곶자왈 초입에는 덩굴식물이나 가시덤불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들도 전선에서 잘 뛸 수 있는 매서운 가시덤불로 숲의 초입을 막아 놓았습니다. 나무는 썩으면서 자연으로 돌아가 아낌없이 생명을 부활시킵니다. 곶자왈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자연 에어컨 공기가 서늘하게 숲을 휘감기기 시작합니다. 그곳은 바로 숨골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자연의 숨골, 숨골이 있어야 풀 한 포기조차 숨을 쉬며 살아갑니다. 겨울에는 따뜻하며 여름에는 서늘합니다. 사람의 숨골을 막히며 죽듯이 자연도 그렇습니다. 자연의 숨골을 막히며 소중한 자연은 파괴됩니다.

이미 여름과 함께 훌쩍 떠나버렸을 한라감자난초와 여름새우란을 늦게나마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자연의 숨골 덕분이었습니다.

▲ 자세히 살펴보면 암술과 수술이 보입니다. 암술은 솜털 같은 하얀 털이 나 있습니다. 수술 끄트머리에는 갈색 타원형이 보이지요. 신비롭게도 암술과 수술이 만나 사랑을 나누듯 하트모양을 하고 있네요.

고마운 곶자왈입니다.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 등을 뒤섞여 어수선한 수풀로 형성된 곳이지만 나름대로 질서가 있습니다.

【문춘자 시민기자님은 주부이며 시와 그림을 좋아하고 오름산행을 즐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