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22일 5차 탐사는 회원야유회를 겸해 진행되었다.
약속장소인 야구장 앞에 도착해 보니,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갠 비로 인해 참여 회원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이미 점심 도시락과 간식 등을 준비해 둔 관계로 행사를 멈출 수는 없는 일...
몇 대의 승용차로 나누어 탄 회원들은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1차 집결장소인 오설록을 향해 출발을 한다.
오늘의 탐사는 저지곶자왈과 금산공원으로 정했다.
야유회를 겸해 진행되는 탐사일정이므로 우선 저지곶자왈을 간단히 탐사하고 금산공원에서 곶자왈 탐사와 야유회를 하기로 했다.
월림.신평곶자왈은 안덕면 동광리 산90번지 일대에 위치한 도너리오름에서 시작해 한림읍 월령리와 대정읍 영락리 두갈래로 용암이 흐르며 이뤄졌다.
월림.신평곶자알과 상창.안덕곶자왈을 합해 한경-안덕 곶자왈지대로 부르고 있다.
오설록 입구에서 모인 회원들은 본격적인 탐사를 위해 평화동으로 향했다.
저지리로 이어진 길을 가다 마을입구에서 좁은 시멘트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곶자왈의 경계지점에 도착한다.
그 곳에는 곶자왈을 가로 질러 다시 시멘트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차에서 내린 회원들은 시멘트길을 따라 들어가며 주위에 있는 나무들의 이름 배우기가 한창이다.
비가 채 마르지 않은 길은 풀.나무가 무성한 것이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
무엇을 하기 위해 곶자왈 허리를 짤라 길을 낸 것일까?
길에서 벗어나 돌담을 하나 넘으면 바로 곶자왈 활엽수림대의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곳곳에 함몰지가 있는 사이로 상록활엽수가 하늘을 덮고 있고, 밤일엽과 더부살이고사리, 가느쇠고비고사리, 석위 등 다양한 양치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김봉찬대표의 고사리분류법 강의가 시작이 되었다.
강사의 한마디라도 놓칠까 귀를 기울이고 경청하는 회원들의 모습에 곶자왈의 밝은 미래가 언듯 스친다.

설명을 들은 뒤 디카로 사진을 찍고, 식물의 특징을 스케치하고,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들...
국내 미기록식물인 천량금도 보고, 그 비슷한 자금우도 보며 서로 비교해 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곶자왈의 식생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탐사를 마친 회원들은 다음 행선지를 위해 곶자왈 숲을 빠져 나온다.
숲을 거의 벗어난 지점, 농경지와 맞닿은 곳에는 곶자왈을 드나드는 노루를 포획하기 위해 설치한 올가미가 우리를 반긴다.
사진을 촬영하고 올가미는 완전히 제거 시켰지만...
그 바로 뒤에는 노루의 흔적이...

회원들은 다시 발길을 돌려 금산공원으로 향했다.
금산공원에 새로 개설된 목조데크에 둘러 앉은 회원들은 인원은 비록 많지 않았지만 야유회를 시작했다.
야유회라기 보다는 둘러 앉아 점심을 나누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조촐한 오찬에 다름없다.
그래도, 이렇게 야외에서의 상쾌함과 여유로움과 풋풋함을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시간은 회원들의 정을 더 돈독히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식사를 끝내고 가지고 온 쓰레기를 한데 모아 정리를 마친 뒤, 금산공원 안에 잘 정리된 산책데크를 따라 한바퀴 둘러본다.

금산공원은 1966년 천연기념물 제182-4호로 지정된 자연림이다. 3.4평방킬로미터 규모에 150여종의 난대식물이 자라는 금산이지만, 300여년 전에 인위적 손길이 닿아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처음엔 방목과 벌목을 금한다 하여 금산(禁山)이라고 했으나, 이제는 난대림과 자연석이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해서 금산(錦山)이라 고쳐 부르고 있다.
금산공원은 애월읍 납읍리에 위치한 곶자왈이자 난대림지역이다. 특히 난대림으로 유명한 선흘곶이나 산양곶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도내 곶자왈 중에서 식생의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곳 중 하나다.
원시림에서조차 흔히 볼 수 없는 후박나무, 팽나무, 소나무 등 수백년 된 거목이 중심이 되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숲 속에는 밤일엽 군락지를 비롯하여 산호수, 자금우, 도깨비고비 등 난대성 초본식물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금산공원은 마을에서 오랫동안 특정나무를 지정해 가꾸어 온 것으로 생각된다.

날씨로 인해 참석한 회원들은 많지 않았지만 오늘도 뜻깊은 탐사를 아무 탈없이 끝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