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품은 노꼬메곶자왈을 찾아서

일시 : 2005년 6월 12일

장소 : 노꼬메곶자왈지대

곶자왈 제3차 탐사에 이어 이번 제6차 “제주를 품은 노꼬메곶자왈을 찾아서”의 곶자왈탐사도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과 공동으로 진행이 되었다.

아침 9시 30분 느즈막한 시간에 박물관 주차장에 한사람 두사람씩 모여 들더니 금새 1대의 버스가 2/3를 채워 다음 탐사팀들이 기다리는 노형초등학교 앞으로 향하였다. 노형초등학교 앞에 버스가 정지하자 어른과 꼬마들이 손을 잡고 승차하였다. 만원이 된 버스는 탐사반원들의 설레는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노꼬메오름을 향하여 거침없이 달려갔다.

노꼬메오름의 입구인 소길공동목장앞에 다다른 탐사팀들은 시멘트 포장길을 걸었다. 얼마정도 갔을까? 탐사팀의 눈에 들어오는 하얀색의 꽃들이 마치 나비 무리가 나무 가지에 사뿐히 내려앉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산딸나무였다. 산딸나무는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붉은색의 열매가 달린다.

산딸나무가 자라고 있는 지점을 지나 한참 자연에 흠뻑 젖어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저 오름 이름이 뭐예요?”라고 질문을 던지자마자 일행 중 한분이 손으로 가리키면서 저 오름은 큰바리메, 옆에 있는 작은오름은 작은바리메, 저기 높은 오름이 노꼬메, 뒤쪽에 있는 오름은 작은노꼬메오름이라 알려 준다.

어느 정도 갔을까? 오름의 속살이 벌겋게 드러나 있었다. 송시태 곶자왈사람들 대표는 이 지점에서 노꼬메오름의 탄생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마그마, 분출과정, 용암, 송이(噴石, scoria) 등등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 암석에도 유전자가 있다는 송시태 대표의 설명을 듣고 마음이 찡해오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유전자를 갖고 있듯이 암석도 유전자를 갖고 있어 이 유전자를이용하여 지표의 지질을 조사하고 지질도를 작성한다고 한다.

노꼬메오름에서 분출된 노꼬메곶자왈용암을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주로 회색을 띄며 다공질이고 흰색의 장석반정과, 검은색의 휘석반정 그리고 노란색의 감람석반정을 갖고 있는 장석휘석감람석현무암(Feldspr Augite Olivine Basalt)이라는 것과 송이는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마그마가 지표면을 향해 상승할 때 압력이 감소되는데, 마그마 속의 가스는 마치 탄산음료의 병 뚜껑이 열리면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빠져나갈 때 입자의 크기가 잘게 부숴지고 기공이 만들어지며 용암속의 철성분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붉은색을 띄게 된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었다.

노꼬메오름의 탄생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은 다음 김대신 곶자왈사람들 이사가 노꼬메곶자왈지대의 전반적인 식생, 즉 노꼬메 분화구내에 자라는 섬공작고사리, 거미고사리, 일색고사리, 한라돌쩌귀, 골고사리, 고비고사리, 고비, 잔고사리, 사철란, 털괭이눈, 숟갈일엽, 버들일엽, 곰비늘고사리, 푸른개고사리와 진퍼리개고사리 그리고 문헌상에서만 존재해온 검정비늘고사리가 발견되고 노꼬메곶자왈지대의 말단부인 금산공원에는 한아름이 훨씬 넘는 후박나무나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소나무, 팽나무 따위가 널리 분포하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노꼬메곶자왈지대의 중요성에 대하여 열변을 토했다.

오름의 형성과정과 식생에 대한 설명을 듣고 탐사반원들은 노꼬메오름의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쪽 사면에 형성된 등산로에 조림된 소나무숲지대를 거쳐 가파른 등산로에는 조릿대와 단풍나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라나는 때죽나무 숲이 탐사반을 반긴다. 이 뿐이랴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굽혀 등산로를 오르는 도중 까치박달 나무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음은 물론 노루귀의 하얀꽃이 우리를 반겨 주기도 하였다.

탐사반원들의 대열이 점점 멀어져 가자 노꼬메오름의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 송시태 대표가 선두로 올라간 탐사반원들을 정지 시키고 잠시 쉬게 한다. 이는 대열을 재정비 할 뿐만 아니라 오름의 하부에서 상부로 올라오면서 관찰한 식생의 특징을 이해시켜주기 위해서 였다.

곶자왈사람들 김대신 이사는 초본층, 관목층 그리고 교목층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줌으로써 우리들에게 식생의 특징을 알려주었다. 휴식시간과 더불어 식생을 공부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한모금의 물을 더 마신 뒤 탐사반원들은 노꼬메오름의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간 중간에 청미래덩굴의 사촌인 청가시덩굴이 우리를 반기기도 하며 이미 꽃이 지어버린 산철쭉에 마치 분홍색의 꽃과 유사한 것이 달려 있어 가까이 가봤더니 산철쭉의 잎이 변해서 만들어진 충낭(蟲囊)이었다. 김대신 이사는 산철쭉에 단성분이 많아서 충낭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산등성이에 올라 주변을 바라다 보니 흰색의 꽃들이 마치 물결이 흐르듯 춤을 추고 있었다. 춤을 추는 나무는 산딸나무였다. 그 뿐이랴 바로 지척에는 빨간색의 가막살나무 열매가 달려 있음은 물론 흰색의 꽃을 피운 쥐똥나무도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이미 정상에 올라선 탐사대원들은 오름의 외사면에 있는 뽕나무의 오디를 따 먹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발 833.8m의 노꼬메오름 정상은 우리들의 심장이 확 트이도록 광활하였다. 서쪽으로는 안덕면의 산방산이, 동쪽으로는 구좌읍의 묘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의 멋인 “오름”의 묘미를 맘껏 뽐내는 노꼬메는 그 이름의 유래중 하나가“높구나”에서 파생됐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노꼬메오름의 정사에서 송시태 대표가 노꼬메곶자왈용암이 흘러간 방향을 설명해 준다. 그 흐름이 너무나 뚜렷해서 초보자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용암이 흘러간 지점에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숲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휴식과 사진촬영을 한 후 올라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등반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강의를 들었던 장소에서 각자가 가지고 온 도시락, 과일 그리고 삶은 감자 등을 먹고 나눠주는 시간을 가졌다. 누구라 칭하진 못하겠지만 몇 몇 분이 도시락을 갖고오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락을 나눠주는 훈훈한 시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점심식사가 끝난 후 다시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하산하는 도중에 등반로가 아닌 다른길로 접어들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인 즉 노꼬메오름이 말굽형 분화구를 만든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였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등선을 넘자 급경사를 이루는 사면에는 암벽과 바위들이 깔려있다.

송시태 대표는 높이가 20여m에 이르는 암벽은 시루떡을 잘라 놓은 듯 겹겹이 용암 흐른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데, 이는 화산폭발 때 여러 차례 용암이 흘러 분화구내에 암벽을 만든 것으로 용암이 6차례 분화구내에 고여 있었던 상태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 용암은 원형의 노꼬메오름 분화구 북쪽의 외륜을 파괴시켜 말굽형 분화구를 만들었고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까지 밀고 내려가 곶자왈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김대신 이사는 분화구 내부의 경사가 너무 가파르고 안전상의 문제로 인하여 고로쇠나무가 있는 곳에서 분화구내의 식생에 대해 설명하였다. 부채꼴로 퍼진 모습이 공작꼬리를 닮은 섬공작고사리, 바위에 달라붙어 살고 있는 모습이 마치 거미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인 거미고사리, 나무의 수액을 먹는 낙엽 교목인 고로쇠나무,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만 서식하는 주걱일엽 등을 소개 했다.

분화구내부로 내려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탐사반의 일행 중 한분이 “여기 있는 고사리 만이라도 이름을 가르켜 달라”는 말을 하자 여기저기 흩어져 분포하고 있는 일색고사리, 고비고사리, 고비, 푸른개고사리와 십자고사리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십자고사리는 잎이 십자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십자고사리로 명명된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탐사반원들은 다시 하산하여 곶자왈지대로 들어섰다. 철조망을 통과하여 들어서는 순간 우리들의 눈에 들어 온 것은 박쥐나무의 꽃이다. 박쥐나무의 꽃은 잎의 밑면으로 늘어져서 피기 때문에 하늘을 바라다보며 걷는 사람들에겐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곶자왈 내부로 조금 더 들어서자 박쥐나무의 군락이 버티고 서 있다. 박쥐나무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보고 탐사반원 모두가 탄성을 자아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분주한 시간을 가졌다. 박쥐나무 군락을 막 벗어나자 마자 검붉은 색의 오디를 잉태한 거목의 산뽕나무가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곶자왈 내부에서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양영환 광식물과장님으로 부터 식생에 관한 특강을 듣고 하루의 일정을 마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