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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발, 곶자왈을 건드리지 마라"
글쓴이 좌승훈 
구분 기타
2005-06-23 오전 10:20:14
여름 문턱으로 접어드는 6월. 어느덧 신록은 녹음으로 바뀌어 산과 들을 수놓고 있다.

생명의 숲, 곶자왈에 들어선다. 온통 초록 세상이다. 어느덧 곶자왈과 하나가 된다. 옷을 벗어 짜면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초록에 반기를 든 것은 오직 제철을 맞아 쉼 없이 피고 지는 들꽃뿐이다.

마치 녹색물감을 뿌려놓은 듯하다. 연초록은 아기의 해맑은 얼굴을 떠올리게 하고, 진초록은 강인한 생명력의 대명사다.

눈길 가는 곳마다 새 희망의 증명서처럼 지금 곶자왈은 건강한 빛을 발하고 있다.

인적이 없고 이렇다 할 오염원이 없어 들리느니 새소리와 개구리 소리 뿐이다. 숲속의 맑은 공기로 마음을 정화한다. 나무의 생육이 가장 활발할 때 한껏 들이마시는 피톤치드는 도시 공해에 찌든 몸은 물론 마음까지 한결 가볍게 한다.

덩굴나무와 잡풀 덤불은 텃새들의 보금자리. 풀속에 숨어있던 꿩들도 가끔 괴성을 지르며 날아간다.

덤불식물은 서로 엉키고 가시를 만들어 소와 말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보호막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곶자왈은 각종 열매와 산나물을 인간에게 제공한다. 약용과 식용으로 쓰고있는 산동과 코리언 바나나라고 불려지고 있는으름이 이 일대에 자생하고 있다.

게다가 소와 말의 배설물은 생존조건을 제공한다. 그 배설물은 버섯과 풍뎅이 등의 좋은 생존 터전이 된다.

습한 곳엔 뱀과 개구리가 많다. 유혈목이 허물이 눈에 들어온다.

개구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곶자왈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무척 민감해 중요한 환경지표 종(種)가운데 하나다.

여름 장마철이면 시끄럽게 울어대던 개구리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은 난개발과 농약 오염 탓이다.

곶자왈은 흔히 돌 밭 위에 뿌리내린 숲, 또는 자연림과 가시덤불 숲 때문에 농경지로는 쓸 수 없었던 땅으로 인식돼 왔다.

곶자왈지대는 그러나 버려진 땅이 아니다.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생명의 텃밭이자, 제주의 허파다. 제주생태계의 최후의 버팀목이다. 우리나라가, 제주가 가진 천혜의 자원이다.

우리가 곶자왈 지대를 주목하는 것은 환경부 보호종 천량금을 비롯해 우리나라 양치식물의 80%가 곶자왈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곶자왈은 또 한겨울에도 상록활엽수림이 푸르고 울창하다. 극상의 활엽수림지대가 널리 분포됨으로써 생태적 천이 연구에 있어 국내 유일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제주가 섬이지만 물이 부족하지 않은 것은 곶자왈 지질의 특성상 다른 토양과 달리 빗물의 80%를 숨골을 통해 지하수로 침투시켜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곶자왈 지대는 그러나 지금 개발바람에 시달리고 있다. 숲을 허물고 골프장과 채석장, 심지어 혐오시설인 쓰레기 매립장까지 들어서고 있다.

주변 환경이 크게 훼손되면서 고립된 환경 섬으로 남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자연생태계의 상생과 순환의 원리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은 협력관계여야 하지만 인간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과 자연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크게 보면 개발은 보존만큼 중요하다. 환경을 보존하는 개발은 또 하나의 보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므로 후손의 몫으로 돌려져야 한다.

6월이다. 성장의 계절이다. 6월의 곶자왈은 그 풍경만 봐도 코 끝에 싱그러운 내음이 감돈다.

마른 고목을 뚫고 나온 여린가지, 한움쿰의 햇살도 견디지 못하고 목을 꺾은 들꽃, 구수하고 향긋한 흙내음…,

지금 곶자왈에 가면 윤회하듯 돌고 도는 자연의 숨소리와 생명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곶자왈은 제주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다. 그리고 보존은 지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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