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곶자왈탐사 일지는 제주투데이 좌국장님의 기사를 올립니다.

환경지킴이. 곶자왈에서 초록 희망을 봤다
곶자왈사람들 23일 1차 탐사활동…교래곶(수당목장)


돌밭 위에 형성된 숲, 곶자왈지대로 간다. 곶자왈은 미지의 숲이다. 특이한 것은 한겨울에도 고온다습한 지역에 서식하는 양치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무암 암반지대에 상록활엽수림이 어떻게 뿌리를 내렸을까?

23일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상임대표 송시태, http://www.gotjawal.com )이 2005년 제1차 곶자왈 탐사를 했다. 이날 행선지는 함덕-와산 곶자왈지대 가운데 교래곶. 회원 26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1차 탐사에서 참가자들은 제주의 곶자왈지대가 왜 ‘제주의 허파’이고 ‘아마존’인지를 실감했다.

마침 곶자왈 지대를 감싼 안개가 탐사에 앞서 신비감을 더해준다. 귀볼을 얼얼하게 만들었던 추위도 곶자왈지대에 들어선 순간 아늑하게 느껴진다.

▲ 교래곶


암반과 암반사이로 사시사철 뿜어 나오는 영상 10도 안팎의 지열, 이것이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유지해 주는 에너지인 셈이다.

이날 곶자왈 식생에 대한 해설을 맡은 김봉찬 공동 대표(자연사랑 이사)는 “곶자왈지대에 상록수림이 뿌리를 내린 것은 무엇보다 용암과 용암의 틈새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용암과 용암의 틈에 흙이 고이고 물이 고여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무암은 구멍이 많아 상록활엽수림이 뿌리를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곶자왈은 특히 수백년 동안 주기적으로 벌채돼온 숲이기 때문에 분명 2차림에 속하지만 원시림과 견줄만한 생태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 군유지는 군청의 땅이 아니라 군민의 땅입니다

곶자왈사람들 정상배 연구팀장은 함덕-와산곶자왈 용암류에 대해 “돔배오름의 북측 해발 486km지점에서부터 시작돼 함덕해수욕장 부근까지 평균 2~3km의 폭으로 총 연장 12km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 일대는 해발 200~300사이 지역이 가장 넓은 폭을 보이며, 말단부인 함덕리 부근으로 오면서 점차 좁아지는 분포상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부가 용암구를 설명
                                                       하고 있는 송시태 박사 
그러나 이 지역도 개발바람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민속촌 자회사인 (주)더존은 진나 2002년 1월 조천읍 대흘리 산 38의 1번지 일대 96만5000평의 부지에 대규모 종합휴양단지인 ‘제주한라산리조트’를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환경단체와의 갈등이 불거진다.

더욱이 2003년 3월 언론에 의해 개발예정부지 일부지역에 대해 불법 형질변경 의혹이 제기됐다.

또 개발예정지인 수당목장 식물생태계에 대한 1차 조사결과 영산강유역환경청은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지형·지질의 변경과 생태계 훼손, 수질(지하수 포함)에 미치는 영향이 고려돼야 하며 입지로 적합한  지역도 생태계 영향, 지하수 및 경관 보존 등 환경영향을 최소화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회시했다.
                                
주)더원은 결국 2004년 3월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북제주군은 이에 앞서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이 백지화될 경우 북제주군의 군유지 불하계획이 차질을 빚어 재정손실 우려가 있으며, 행정불신과 향후 민자유치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사전 환경성 검토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 김봉찬 공동대표. 곶자왈 식생을 설명하고 있다.


▲ 이것은 참지네고사리이고, 또 이것은 섬사철란입니다. 회원들이 김봉찬 공동대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북군은 지난 10일 다시 (주)더원이 한라산리조트개발사업을 오는 9월부터 2010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더원은 당초 사업계획에 포함돼 부적합한 시설이라고 지적 받아온 자동차경주장 대신 사파리시설을 추가하는 등 사업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27홀 규모의 골프장과 상가 및 콘도미니엄 258세대, 호텔 11동 307실, 콘도미니엄 332세대, 등을 조성하게 된다. 북군은 오는 24일까지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주민공람 공고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군유지는 말 그대로 북제주군민들의 땅이다. 북제주군수나 북제주군청의 땅이 아니다. 더욱이 이 일대는 우리나라 양치식물의 80%가 서식하는 곶자왈 지대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 곶자월지대 습지

# 신비의 숲, 곶자왈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

곶자왈지대의 식생은 한마디로 신비롭다. 바위 위에서 식물이 자 랄 수 있는 이유는 바위 공극 사이로 빗물을 100%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곶자왈 전체가 숨골이라는 점에 환경단체들은 주목한다. 숨골으로 통해 100% 지하로 내려가고 이 지하수는 제주도 주민 90%의 식수원이 된다

제주가 섬이지만 식수가 부족하지 않은 것은 곶자왈 지질의 특성상 다른 토양과 달리 빗물 대부분을 지하수로 침투시켜 저장하기 때문이다.

김봉찬 대표는 “곳자왈지대의 나무들은 다른 지역의 나무보다 생육이 더디다. 오랜 기간 생존을 위해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탓에 다른 지역의 나무보다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곶자왈재대의 나무는 다른 지역의 나무와 굵기가 같더라도 대개 두배 이상 수령이 오래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세찬 비바람에 뿌리가 뽑힌 층층나무. 수령이 50년 가량 된 이 나무의 뿌리 곳곳에는 돌이 끼어 있다. 끈질긴 생명력을 읽게 된다.

이날 회원들은 지난 여름 태풍에 뿌리가 뽑힌 층층나무를 봤다. 뿌리 사이사이에 온통 돌이 있다. 바닥도 바위덩어리다. 김 대표는 수령이 50년은 된 것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생존을 위해 버티다 결국 세찬 비바람에 뿌리 채 뽑히고 만 것이다.

곶자왈지대에는 노루, 오소리, 다람쥐, 족제비, 등줄쥐, 비단털쥐, 뱀 등 야생동물이나 집게벌레, 딱정벌레, 하늘소 사슴벌레 등 곤충들의 주요 이동 통로가 되고 있다.

회원들은 실제로 이날 곳곳에서 노루 똥을 발견했다. 한라산과 취락지 해안을 연결하는 생태벨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회원들은 길 없는 길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한다. 족제비고사리, 참지네고사리, 섬사철란, 골고사리…, 그야말로 양치식물의 보고(寶庫)다.

숨골이 많은 곶자왈지대지만, 연못처럼 물이 고여있는 습원들도 눈에 띈다. 또 곳곳에서 잣성으로 추정되는 겹담이 발견됐다. 돌로 쌓아올린 담장을 잣이라 하는데 말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산간 목마장 전역을 돌아가며 돌담을 쌓았다. 이것이 잣성이라 불리는 돌담이다.
▲ 노루 배설물

회원들은 “걸으면 걸을수록,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더욱 깊어져 가는 대자연의 신비, 때로 험난한 하천과 계곡 사이에서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이 경이롭다”고 말했다.

# 곶자왈 자연석 반출 ‘구멍’…대책 없나?

곶자왈 용암 분포와 특성에 대한 해설을 맡은 송시태 상임 대표(제주어국어고 교사)는 “곶자왈 용암류 조직은 , 전반적으로 곶자왈 용암류가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해안쪽으로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암괴의 크기가 점차 감소할 뿐만 아니라, 암괴 사이에 포함되는 미세암편의 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특히 곶자왈지대는 제주도 지하수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열을 보존해 식물들이 일년 내내 자랄 수 있도록 보온·보습효과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 잣성


▲ 나무가지가 U자로 휘어져 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송 대표는 또 부가 용암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특히 수석인들 사이에 속칭 바가지석(용암구), 신비석(용암수형), 부챗살(용암튜브 또는 용암수형), 뽀빠이(용암구의 내부구조), 라면석(용암석순) 등으로 불려지는 특이한 형상석들은 주로 도내 중산간의 곶자왈 지대와 소형 용암동굴 내에서 채취되며 전문 채석인들에 의해 상습적으로 무단 채취돼 반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제주해경은 택배화물로 위장하거나 화물트럭에 곶자왈 자연석을 싣고 육지지방으로 반출하려던 업자들을 잇달아 적발해 경각심을 주고 있다.

송 대표는 “도내에 분포하거나 산출되는 화산암류를 포함한 화산분출물, 퇴적암, 퇴적층, 자연석 등을 보존자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전문가의 자문과 자연석 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3시간 가량 진행된 탐사활동을 통해 회원들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주의 곶자왈지대가 한반도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주만의 독특한 숲 생태계”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땅, 곶자왈에 대한 곶자왈사람들의 2차 탐사는 오는 2월26일 이어진다.  
                                                          ▲ 정상배 학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