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사람들.제주환경운동연합.민주노총제주본부 등 도내 13개 환경.시민단체는 6일 오후 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3일 제주도통합영향평가심의위가 '조건부 동의'안을 철회한 것에 대해 '원인무효'를 선언, 모든 법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시민단체는 "제주도정의 개발중심 정책은 개발승인 절차에 대한 간소화는 물론 장애요소와 요인을 최대한 배제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정책결정과정에 시민환경단체의 참여를 철저하게 막고, 참여시키더라도 최소한의 참여만 보장하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환경부서는 개발부서의 보조역할을 할 뿐"이라고 성토했다.

# 형식적 통과의례로 전락한 통합영향평가심의위…'버스안 날림회의'로 번복

환경.시민단체는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하는 환경영향평가는 그동안 생태계 현황을 누락하거나 평가절하하는 등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조건부 동의로 통과된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도 이런 문제가 지적됐고, 심의위는 재심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의위는 결정된 사항이 번복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였다"며 "지난 3일 조건부 보완사항인 곶자왈 훼손지 재조정을 위해 현장방문을 했지만 브리핑자리에서 사업자는 심의위 결정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도 관계자는 조사 후 회의를 소집해 심의위 결정사항 변경을 제안해 결국 사업자의 의도대로 마무리됐다"고 비판했다.

환경.시민단체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영향평가심의위가 왜 존재하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통합영향평가 조례에도 분명히 심의위 회의소집 절차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이 사항도 어기면서 버스안에서 날림회의로 진행됐다"고 규탄했다.

이어 환경.시민단체는 고유기 위원의 '가족몰살' 협박사건과 관련해 "심의위원에 대한 협박사건은 단순한 개인적 문제로 폄하하거나 우연히 발생한 일회성 사건으로 단정해서는 안된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제주도정이 벌여 온 개발위주의 정책과 연결됨에도 도정은 이에 대한 공식해명과 재발방지 조치 등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영향평가심의위의 구성은 당연직 공무원이 다수 포진하고 있고,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하는 위원들도 모두 도지사가 추천한 인사로 환경단체는 단 한명만 참여할 뿐"이라며 "당연히 심의위는 본래의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제주도의 개발정책에 끌려가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시민단체는 "단언컨대 현재 제주도정의 환경정책은 없다"며 "환경부서 또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이런 가운데 환경부지사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성토했다.

환경.시민단체는 "제주도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개발사업과 환경현안들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지 못한다면 지난 역사의 과오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는 꼴"이라며 "제주도는 행정의 기조가 돼 버린 개발위주의 정책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잘못된 관행과 절차, 제도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 조건부동의 무단 번복 '무효화' 법적조치 착수…공무원 참여배제·심의규정 재정비

환경.시민단체는 △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 영향평가심의위 결정내용 무단 번복 '무효화', 제주도는 책임있는 조치 △심의위원 협박에 대한 도지사의 공식해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심의위 당연직 공무원 참여 배제, 민간참여 확대, 심의규정 재정비 △논란이 되는 개발사업 예정지에 대한 도차원의 공식적인 재조사와 그 결과 심의과정 반영 등을 제주도에 요구했다.

특히 환경.시민단체는 "한라산리조트의 조건부 동의안 철회는 법과 행정절차를 명백히 어긴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심의위원들에게 보낸 공문내용도 단순히 '현장방문'이었지 '회의소집'은 아니기 때문에 원인무효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시민단체는 "조건부 동의안을 지켜야 할 사업자가 '못하겠다'고 버티자 도 관계자가 회의를 소집해 그것도 '버스안'에서 이뤄진 번복은 납득할 수 없다"며 "법적.행정적 정당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법적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환경.시민단체는 곧바로 김태환 지사에게 항의 면담을 하기 위해제주도청으로 향했다.
<2006.3.6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