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지봉 곶자왈에서 생명을 만나다.

...........................................................................,,,,,,......... 고은비(제주서초등학교 1학년) 가족

1. 출발하기 전에

탐사전날은 언제나처럼 소풍전날처럼 들뜬 마음을 설레게 하면서 잠을 설치게 만듭니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태고적 원시림을 탐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이 “곶자왈 탐사”인 것 같습니다.

간만의 혹한 속에서 찾아온 따스한 날씨 덕분에
신묘년 첫 탐사는 많은 회원들과 함께 탐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출발시간 전부터 웅성웅성 모여든 사람들이 저마다 새해인사와 함께
서로에 대한 덕담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면서 출발했습니다..

당초 성산지역의 곶자왈 탐사계획이 구제역 방역문제로
함몰지역이 많은 구좌 한동리 근처의 둔지봉 곶자왈로 탐사지역을 변경하여 이동했습니다.

1-1. 자연탐사를 위한 준비물
-. 쌍안경
-. 디지털 카메라(탐사초보자들인 경우 가급적 소형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찍는 게 편하더라구요)
-. 관찰일지(필기구 포함)
-. 비옷 겸 등산복
(곶자왈은 가시덤블이 많아 좋은 옷 보다는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정도의 차림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물통(음용수)
-. 비상식량(간식거리)
-. 물티슈 및 화장지
-. 비상구급약(대일밴드, 후시딘 등)

2. 사전조사

곶자왈이란? 곶(숲의 제주사투리)과 자왈(자갈밭, 덤블이라는 제주사투리)의 합성어로
제주에서는 주로 숲이 우겨져 개간이 어려운 가시덤블이나 자갈밭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직까지는 주민들이나 사람들이 그 생물학적 문화생태학적 가치를 알지 못하여
버려진 공간으로 쓸모없는 공간으로 방치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는 그 버려진 공간에서의 인간과 파괴되어가는 서식처로부터의
유일한 '피난처'이자 인간의 정서와 복지에도 매우 중요하고 밀접한 생태지역으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그 생태지역에서의 생물다양성은
우리 인류의 삶에서도 매우 중요한 피난처 지표로서 그 역활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피난처 마저 파괴되어지면 우리의 미래도 삭막한 사막에서의 삶을 영위해야 할지 모릅니다.

오늘 탐사하기로 한 한동리 둔지오름 곶자왈(한머을곶자왈)의 지형은
구좌에서 성산지역으로 광대하게 펼쳐있는 제주지역 동부 곶자왈지대로
동거문이오름곶자왈용암류에 속한다고 하네요.
이 지역은 함몰지역이 많아 광량이 적고, 바람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시원하면서도
공중습도는 높아져 다양한 초본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환경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곶자왈로 들어가는 길에는 낮은 절벽으로 가파른데다
눈(雪)과 낙엽(落葉)이 쌓여 발이 빠져 여기저기 다치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골 덕분에 겨울 곶자왈의 바위층에는
항시 이끼가 자라고 습도가 높은 지역에만 무성하는 양치식물이 무리를 이루며,
쓰러있는 나무기둥 사이에 각각의 버섯들이 줄지어 퍼져가는 풍경
또한 겨울탐사의 장관인 것 같습니다.

이곳 곶자왈은 군데군데 햇빛이 직접 노출되거나 함몰지역으로 습도가 높은 지역들이
골고루 섞여있어 건조지역 식물들과 습기지역의 식물들이 어울려져
종다양성이 많아질 수 있는 건강한 숲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3. Family(가족), 가시나무 정글로 들어가다.



둔지봉 곶자왈은 제주시 동쪽 구좌 산간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공설운동장에서 약 1시간정도 소요됩니다.



여기가 둔지봉 곶자왈 입구입니다.



이 화면은 다음지도에서 캡쳐해서 풍성한 억새덤블로 무성하지만 겨울철 둔지봉 입구는 누렇게 억새들이 지고 있었습니다.



탐사하기전에 간단히 회원간에 상견례를 마치고, 둔지봉 곶자왈에 대해 설명을 듣습니다.



둔지봉 곶자왈 입구에 있는 구실잣밤나무가 커다랗게 자리잡아 입구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한사람씩 억새덤블을 헤치고 곶자왈 입구로 향했습니다.









함몰지역이 많은 지역이라 바닥에 눈과 돌더미로 이동하기가 약간 험했습니다.



첫 함몰지형에서 설명을 들은 후,





길게 늘어진 나무 줄기도 각자 잡아보고





나무 위 새소리에 하늘 한번 쳐다봅니다.







가는 길에 각종 버섯 친구들을 만나는데 다양한 형태의 버섯모양에 신기하기만 한 듯 바라 봅니다.





















처음에는 염소똥인 줄 알았는데 참 희한하게 생긴 버섯입니다.



눈밭 돌밑에 발은 빠져 상처투성인체로 숲을 헤메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여기 정글 속이었습니다.



어른 키 2~3명 깊이의 함몰지역까지 왔습니다.



















암뀡이 맹금류(황조롱이나 매로 추정됨)에게 잡아먹힌후 깃털과 펠릿이 남아있는 흔적.



건강한 노루의 똥 흔적, 윤기까지 흐르네요. ^^







어느 회원분이 빌려준 벌집 흔적.



억새덤블 사이에서 무언가 발견한 듯 풀을 헤쳐보네요.



탐사를 끝마치고 다시 입구로 나왔습니다.

오늘 탐사를 요약해 보면,
처음 둔지봉 곶자왈 초입에는 구실잣밤나무가 커다랗게 우뚝 서있어 우릴 반겨주었습니다.
하지만 구실잣밤나무를 지나 들어가는 입구는 가파른데다
잔가시덤블들이 많아 곶자왈 안으로 진입하는데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곶자왈 내에 주름고사리,꼬리고사리,생달나무,일색고사리,더부살이고사리,송악,푸조나무,
사철난,누운괴불이끼,목이버섯 그리고 이름모를 이끼들과 버섯종류들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각각 자기 자리에 터잡아 성장하는 식물사이에 동물들의 흔적들도 하나둘씩 보였는데,
족제비인지 오소리의 것인지 모르는 길쭉한 똥 흔적 하나,
황조롱이나 매등의 맹금류에 의해 희생이 된 꿩의 깃털과 펠릿 흔적 둘,
그 옆에 언제 오고생이 쌓아둔 노루의 똥굴똥굴한 똥 흔적 셋,
그리고 각종 새소리들 이 풍부한 자연의 생명을 만나니 즐거울 따름이었습니다.
생명은 분명 이곳 곶자왈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늘 동물들의 흔적을 보면서 겨울곶자왈은 동물들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곶자왈은 화산섬 제주도에서 화산암괴가 산재하고 토양이 절대 부족하여 농사를 짓지 못하는
척박한 땅으로 여겨진 곳이지만, 최근 특이한 지질구조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굴자원, 지하수함양의 근원지, 독특한 식생분포와 야생동물의 안식처로 인식되면서
생태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즉, 번식지, 먹이터, 중간기착지, 월동지, 수분공급처 및 둥지재료 확보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어,
연중 푸른 숲을 간직하고 있는 생태곳간으로 특히 야생동물의 피난처가 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런 피난처의 부족으로 각종 야생동물들이 시내까지 내려오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겨울곶자왈 탐사기간 동안은 노루, 오소리, 족제비, 멧돼지 등이 먹을 고구마라도
챙겨놔야 할 것 같았습니다.

4. 정리하면서

이 날 함몰지역 곶자왈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 선생님과
또한 옆에서 이것저것 동물의 흔적을 챙겨주시고 아이를 위해 걸음을 천천히 옮겨주신
여러 회원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제주의 함몰지형 곶자왈의 신비로움을 접하게 된 소중한 탐사였고,
또한 겨울곶자왈 내에 새로운 생명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탐사였습니다.
저는 이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계속적인 호기심'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호기심이 생물다양성을 만들어가고
더욱 적극적으로 환경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로 성장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의 둔지봉 곶자왈 탐사는 우리 가족에게는 유익하고 즐거운 생태탐사체험이었고,
이러한 즐거움들이 내 인생의 순례 중에서 '행복의 메모리 조각'들로 추억될 것입니다.



고은비(제주서초등학교 1학년)의 곶자왈 탐사일기

출처 : 제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aturepark/150101572218) 에서 글을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