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제주군, 희귀식물 서식지역에 대규모 벌채허가 내줘

제주의 식물 보고(寶庫)라 할 수 있는 남제주군 안덕면 서광리 ‘곶자왈’지역이 안일한 행정의 도움(?)을 받은 불법 굴채로 수난을 겪고 있다.

남제주군 안덕면 서광리 마을 공동목장에 있는 곶자왈 지역.

다른 곶자왈처럼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해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개가시나무·종가시나무·새우난·백서향 등 각종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어 식물자원의 보고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지역 4만4천㎡는 융단폭격을 맞은 듯 폐허로 변해 있다.

산림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남제주군 주모(65)씨가 수목을 굴채하는 과정에서 포크레인 등 중장비로 길을 내고, 돈이 될만한 나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파헤쳤기 때문이다.

현장은 50년생 아름드리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잘려 대규모 골프장 공사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인근 주민들이 “골프장이 들어설 것이냐”며 경찰에 문의한 것도 이런 이유다.

남제주군 등으로부터 채취를 허가받은 물량은 3천그루. 그러나 2배 가까운 6천여 그루가 무단 굴채됐다.

굴채 과정에서 뿌리가 뽑힌 나무 281톤은 2m의 깊이의 구덩이에 파묻혔다.

불법 매립을 감추기 위한 정지작업도 이뤄져 신록을 자랑해야할 이곳이 허허벌판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무단 굴채 과정에서 금새우란·감자란·약난초·가는쇠고사리 등 곶자왈을 대표하는 식물들이 대량으로 함께 파헤쳐졌다.

이처럼 무단 굴채에 의해 곶자왈 지역이 황폐화된 것은 남제주군의 안일한 행정과 감독 소홀 때문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7대 선도프로젝트중 ‘신화·역사공원’부지가 이곳에 예정된 가운데 환경영향평가 등을 앞두고, 굴채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곶자왈 사람들’김효철 사무국장은 “대규모 굴채 허가를 내줌으로써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 사실은 곶자왈을 비롯한 제주의 자연환경을 지켜야할 지방자치단체로서 책임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난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훼손지에 대해서는 원형 복원을 위한 노력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대책을 촉구했다.

경찰은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들어 남제주군 임업과 직원 이모씨 등 두명을 남군에 통보했지만 훼손의 상처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